이길여 경인일보 회장이 24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경인일보의 지분구조 변동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16일 경인일보 주주총회에서 대리인을 통해 회장직 사임을 발표했다. 이날 주주총회 소식을 전한 경인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회장은 “경인일보는 절대 주주가 없는 자율권이 보장된 언론이라는 점이 자랑”이라며 “회장직에서는 물러나지만 주주로서 경인일보의 발전을 위해 묵묵히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가천길재단 회장이자 가천대 총장인 이 회장은 경인일보를 인수한 1999년부터 24년 동안 회장을 맡아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경인일보 지분 14.87%를 보유한 3대 주주다. 최대 주주인 경기고속(17.50%)을 비롯해 2대 주주 에스엠상선(17.21%), 남우(13.58%) 등 다른 주주들은 사실상 경인일보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회장의 사임과 맞물려 경인일보 안팎에선 지분구조 변동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간 주요 주주들은 투자에 인색했지만, 주주총회 직후 2대 주주인 에스엠상선이 경인일보에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한국기자협회 경인일보지회는 지난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요 주주들에 투자 의사를 묻는 공문을 보냈다. 지회는 공문 발송과 함께 지난달 8일 <투자만이 살길, 주주와 경영진은 각성하라>는 성명을 발표해 “주주들의 각성과 투자만이 꽉 막혀버린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촉구했다.
경인일보지회가 보낸 공문에 회신한 주주는 에스엠상선이 유일했다. 에스엠상선은 지난달 21일 지회에 “귀 신문사의 본연의 기능 정상화와 발전을 위해서라면 주주로서 투자할 의향이 있음을 전해드린다”고 답변했다.
에스엠상선의 투자 의사 소식이 알려지자 경인일보 내부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경인일보는 지난 2017년 당시 경영진이 회계 부정을 저질러 사퇴하는 등 크게 휘청였다. 이후 40억원 규모의 증자가 이뤄졌지만, 장기적인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엔 역부족이었다. 경인일보 한 기자는 “6년 전 사태의 여파가 계속된 상황에서 최근 동료들의 이직, 네이버 입점 실패 등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지분구조가 변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와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현재 경인일보 회장 자리는 공석이다. 경인일보 구성원들은 주요 주주들의 지분 유지 또는 변경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경인일보 노조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말 성명 <두 번 실패는 없다>에서 “우리는 새로운 변화로 혁신을 이뤄낼지 아니면 6년 전과 같은 상황을 반복해 다시 5~6년 뒤에 주주에게 ‘투자만이 살 길’을 외쳐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며 “말단 직원·막내 기자부터 회사 간부와 주주에 이르기까지 총의를 모아야 할 시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