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탓 그만하고 대통령답게 처신하라” “진상규명 운운하며 언론탄압 획책말라”. 2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등 현업언론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런 손팻말이 등장했다.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현업6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 과정에서 벌어진 욕설과 비속어 논란을 수습하기는커녕 언론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을 비롯해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 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 조성은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 의장,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 등이 참석했다.
지난 22일 국내 언론은 윤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후 행사장을 나오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첫 보도 후 13시간 만에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했고, ‘이 XX들’의 대상은 “미국이 아닌 한국 국회”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욕설과 비속어 논란에 대해 26일 출근길에서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현업6단체는 윤 대통령의 이 발언에 대해 “언론을 향한 정치적 탄압을 획책하고 지시하는 듯한 발언”이라며 “말을 뒤집고 논란을 키운 것은 대통령실과 집권여당 국민의힘이다. 진상은 언론이 아니라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확실히 밝혀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입장과 함께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이 사안을 처음 보도한 MBC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의 발언이 쏟아졌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MBC는 정치투쟁 삐라 수준”, 주호영 원내대표는 “MBC의 행태는 이대로 도저히 두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명예훼손 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등을 예고하며 박성제 MBC 사장 사퇴를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27일엔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현업6단체는 “대통령이 ‘진상조사’를 주문하니 국민의힘은 공영방송사 항의 방문과 국감 이슈화 등 총공세를 예고했다”며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촉발된 실책과 치부를 언론 탓으로 돌려 언론탄압과 방송장악의 불쏘시개로 삼아보려는 얕은 계산”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익을 해치는 것은 대통령의 거친 언사이지 이를 보도하는 언론이 아니다”며 “권력 의도대로 언론 보도를 통제하는 게 국익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윤석열 정권의 시대착오적 언론관”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