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워싱턴 특파원들이 현장에서 취재한 뉴스의 뒷이야기를 방담 형식으로 풀어낸 워특줌인(워싱턴 특파원의 줌인(ZOOM IN))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파원 개인이 아닌 여럿이서 ‘디지털 온리(only)’ 콘텐츠를 1년 가까이 공동 제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워특줌인 제작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김기현 KBS 워싱턴지국장을 이메일과 음성 전화로 인터뷰했다.
워특줌인은 지난해 7월 ‘워싱턴 위클리’란 시제품 영상으로 시작해 1주일여 만에 지금의 제목으로 자리 잡았다. KBS 워싱턴지국 특파원들이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에 접속해 미국 현지의 소식을 전한다는 의미 그대로다. 김기현 지국장은 기획의도를 “내용적으로 워싱턴 특파원들이 접하는 이슈들 가운데 스트레이트 기사로 다 담지 못했던 스토리를 풀어보자는 것이었고, 형식적으로는 디지털 영역으로 콘텐츠 생산을 확대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들에게 디지털 콘텐츠 제작은 “기존 방송과 텍스트 기사 작성 외에 가야 할 길”이란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시작이었다.
초기엔 안주식 PD 특파원까지 넷이서 만들다 지난 2월 안 PD가 본사로 귀임한 뒤에는 김기현 지국장과 김양순 특파원, 이정민 특파원 등 취재기자 3명이 고정 출연진으로 제작하고 있다. 아이템에 따라 해당 분야 전문가가 출연하거나 LA, 방콕 등 타 지역의 KBS 특파원이 출연하는 등 “게스트 출연은 언제나 열려 있”다. 김 지국장은 내심 “KBS 해외 지국에서 근무하는 특파원들은 물론 타사 특파원들까지도 출연대상에 포함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처음엔 1주일에 한 번씩 업로드하다 업무 부담이 과해져 2주 단위로 바꿨는데, 사정에 따라 더 길어지기도 한다. 취재와 제작에 시간이 꽤 걸리는 탓이다. 아이템은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세 명의 특파원이 돌아가면서 사회를 맡아 약속된 시각에 줌에 접속해 녹화한다. 줌을 이용한 덴 “해외 지국 특성상 스튜디오를 따로 마련해 여러 대 카메라를 동시에 돌리면서 녹화하는 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도 있었다”고 김 지국장은 설명했다. 한 시간여 녹화 뒤 오디오 편집까지 끝나면 현지 코디들이 자료를 찾고 다양한 화면을 넣어 영상을 편집해 본사에 보낸다. 그럼 본사에서 마지막으로 자막을 입혀 유튜브와 포털 등에 송고하는 식이다.
다루는 주제는 바이든 미 대통령의 외교정책, 오미크론 변이와 ‘위드 코로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가볍지 않다. 한 주제에 대해 기자들이 다른 관점, 다른 시각의 의견이나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이렇게 특파원들이 줌에 모여 30분씩 ‘떠드는’ 콘텐츠를 누가 볼까 싶은데, 유튜브에서 조회수가 많게는 67만 회, 19만 회 이상 나온다. ‘채널을 따로 만들어 달라’는 독자 댓글도 있을 정도다. 데일리 취재와 생방송, 디지털 기사 작성에 워특줌인 제작까지 병행하는 게 만만치 않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기자들이 느끼는 만족감도 있다. 김 지국장은 “워특줌인 제작을 염두에 두면 특정 사안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중시하게 된다는 점과 심층적 이해를 가진 취재원들의 목소리에 보다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는 점이 일종의 시너지라고 할 수 있다”면서 “주로 스트레이트 기사인 데일리 뉴스만 쫓다 보면 놓칠 수 있었던 얘기들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인데 그런 면에서는 기자의 역량을 키우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10개월 동안 워특줌인이 내놓은 콘텐츠는 20편이 훌쩍 넘는다. 대단한 반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리포트나 열심히 하지’ 하는 냉담한 반응도 있었지만,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 지국장은 “실패를 하건 성공을 하건 이 길이 다른 분들이 뭔가 하는데 밟고 지나갈 반면교사로 삼을 좋은 표본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