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인용 1위, 문재인 대통령 3만5480건

[누구의 목소리가 뉴스가 될까] ②언론이 즐겨찾은 주인공들
상위 50위 대부분 정치인

6만3914명. 2019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2년 반 동안, 언론이 한 번이라도 인용한 발언자의 수다. 일평균으로 계산하면 하루 70명의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단 의미로,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다만 숫자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조금은 다른 해석이 나온다. 6만3914명 중 언론이 10건 이상 인용한 인물은 총 9861명으로 1만명이 채 안 되고, 이 1만명에 못 미치는 인물들이 나머지 5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인용량을 압도하고 있어서다.


특히 상위에 접근할수록 인용량의 크기는 급격하게 불어난다. 기자협회보가 빅데이터 분석 업체 ‘스피치로그’에 의뢰해 지난 2019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2년 반 동안 10개 종합일간지와 9개 방송사의 기사를 수집·분석한 바에 따르면 가장 인용량이 많은 상위 50명의 인물들은 전체 인용량의 약 1/5인 22.1%를 차지했다. 특히 인용량의 집계 방식을 바꾸면 이 수치는 더욱 커졌다. 인물 1명이 한 기사에 여러 차례 인용돼도 1번으로 계산한 것이 기본 집계 방식인데, 여러 차례의 인용을 모두 합하는 방식으로 집계하면 상위 50명의 인용량은 총 105만6006건이 되고, 비율도 전체의 53.4%로 늘어나서다. 말 그대로 상위 50명이 전체 인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단 소리다.

상위 50명 중에서도 정점에 자리한 인물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총 3만5480건(기본 집계 방식) 인용되며 다른 인물과 인용량에서 큰 격차를 보였다. 인용된 발언의 주제와 시점 역시 다양했는데, 올해 6월 공군 여중사 사망사건에 대해 “절망스러웠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한 발언이나 재계 4대 그룹 대표들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건의를 두고 “고충을 이해한다”는 말이 많이 인용된 발언 상위권에 올랐다. 그 중에서도 1위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지난해 신년사 발언이었다. 그 뒤를 지난해 말, 법원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처분 효력중단 결정을 내리자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던 발언 등이 이었다.


다만 2019년부터 지난해 말까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2만7077건)이 문 대통령의 인용량을 앞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후임 대통령 당선 이후 인용량이 급격하게 줄었지만 직전 23개월간 월 평균 인용량이 1109건에 달하며 2위를 차지했다. 한편 언론사별로 봤을 땐 대부분 인용량 1순위가 문 대통령인 가운데 YTN만 유일하게 트럼프 전 대통령이 1위를 차지했다. 2위도 문 대통령이 아닌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었다.


1~2위에서 알 수 있듯 상위 50위 안에 든 인물들은 대부분 주요 정치인이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만3276건), 정세균 전 국무총리(1만11558건) 등이 1만건 이상의 인용량을 기록하며 3위와 4위에 올랐고, 그 뒤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5위, 9896건),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6위, 9820),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7위, 8272건),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8위, 8157건) 등이 이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16위, 5733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18위, 5617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23위, 4104건) 등 외교 인사들도 상위 3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기간을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최근 1년으로 한정하면 순위는 다소 뒤집혔다. 9위였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최근 1년간 인용량이 318건에 그치며 뒷자리로 밀려났고,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10위권에서 30위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신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이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은 10계단 이상 순위가 상승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관련 부처 주요 공무원들 역시 언론에 자주 인용됐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5693건)은 2019년만 해도 인용량이 단 한 건도 없었지만, 지난해 월 평균 289건, 올해 상반기 월 평균 370건으로 인용량이 가파르게 뛰며 최종 17위를 기록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31위, 2970건), 윤태호 전 중수본 방역총괄반장(34위, 2913건) 등도 언론이 주요하게 인용한 인물들이었다.

어떻게 조사했나 10개 일간지, 9개 방송사 기사 수집·분석

기자협회보는 발언 빅데이터 분석 업체 ‘스피치로그’에 의뢰해 지난 2019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2년 반 동안의 기사를 수집했다. 언론사와 분야(정치·경제·사회·문화·국제), 기사제목, 보도일자, 발언자와 발언 내용, 핵심 단어를 기사에서 추출했고 이를 토대로 분야별, 시기별, 언론사별 가장 많이 인용된 인물 등을 분석했다.


데이터를 수집한 언론사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10개 종합일간지와 KBS MBC SBS YTN 연합뉴스TV 채널A JTBC MBN TV조선 9개 방송사다. 다만 기술적 한계로 한국일보(2020년 3월11일부터) JTBC(2020년 10월11일부터) 연합뉴스TV·채널A·MBN(2020년 12월9일부터) TV조선(2020년 12월21일부터) 6개 언론사는 스피치로그에서 보유한 기간의 데이터만을 사용해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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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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