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12일자 1면에는 골판지 제조업체 노동자, 아파트 경비원, 택배 기사 등 42명의 부고 기사가 전면으로 채워졌다. 올해 상반기 산업재해로 사망한 야간노동자의 부고 기사다. 사고, 과로, 질병 등 이들이 죽음에 이르게 된 내용이 담겨있다.
1면 전체를 두른 검은 띠에는 “우리가 잠든 사이, 야간노동자들이 스러집니다. 올 상반기에만 148명. 통계 숫자에 가려진 그들의 죽음과 고달픈 밤의 여정을 전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지면에 미처 담지 못한 산재 사망 야간노동자 148명의 부고 기사와 사망 기록은 서울신문 인터렉티브 사이트(▶콘텐츠보기)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날 서울신문은 ‘달빛노동 리포트’ 기획을 통해 야간노동자들의 사망 기록을 살펴 이들의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의미와 위험성 등을 전했다. 2면과 4~5면에 걸쳐 야간노동자의 사망과 질병에 따른 사회적 손실 비용, 통계조차 없는 야간노동 산재 문제, 사망 원인, 근로환경 문제를 다뤘다.
서울신문은 보도에서 “새벽까지 재봉틀을 돌렸던 전태일, 2018년 12월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로 일하다 목숨을 잃은 김용균씨는 모두 야간노동자였다”라며 “산재 노동자 중 야간노동자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수치가 없다. 서울신문은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근로복지공단과 산업안전보건공단의 2020년 1~6월 산업재해 사망자(승인 기준) 1101명에 대한 사망 자료를 데이터로 변환시켜 이 중 최소 148명이 야간노동자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했다.
안동환 서울신문 탐사기획부장은 “탐사기획부, 웹제작부, 편집부와의 협업으로 이뤄진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재로 사망한 야간노동자의 재해조사의견서, 질병판정서 내용을 살펴보면서 화려한 그래픽, 정서적인 포장보다는 사망 경위를 담은 몇 줄의 문장이지만, 부고 기사라는 형식이 야간노동자의 죽음을 독자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사회의 큰 울림을 줄 거라고 봤다”라며 “1면 전면으로 부고기사를 써보는 게 어떨지 기자들의 생각이 모아져 편집국장에게 기획의도를 전달했고, 편집회의 등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쳐 1면이 완성됐다”라고 설명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