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은 저널리스트다

[언론 다시보기] 김준일 뉴스톱 대표

김준일 뉴스톱 대표 예전 신문사에 다닐 때 선배가 저널리스트(언론인)와 기자의 직함 차이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답은 싱거웠다. 언론사에서 부장을 달면 언론인이고, 그 아래로는 기자라는 얘기였다. 기자 10년 정도 한 뒤 다른 직종으로 옮긴다면 ‘전직 기자’는 될 수 있어도 ‘전직 언론인’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딱히 동의하진 못했지만, 전문직으로서의 언론인에 대한 자부심은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유력 언론인’ 중 이 기준에 부합하는 언론인은 몇 명이나 될까.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올해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1위에는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이 꼽혔다. 2위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3위 유시민 작가, 4위 유재석 MC, 5위 신동욱 TV조선 부본부장, 6위 진중권 평론가, 7위 김성주 아나운서, 8위 주진우 전 시사인 기자 순이었다.


국내 오피니언 리더 1000명을 대상으로한 시사저널의 ‘2020년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조사에 따르면, 1위 손석희, 2위 김어준, 3위 유시민, 공동 4위 김현정(CBS PD)과 주진우였다. 진중권, 김주하(MBN 앵커), 정관용(시사평론가), 방상훈(조선일보 사장), 양승동(KBS 사장), 박성제(MBC 대표이사)가 뒤를 이었다.


두 개의 조사에 공통으로 눈에 띄는 사람은 손석희를 제외하고 김어준, 유시민, 진중권이다. 다른 직업을 가진 유시민과 진중권은 논객으로서 활동하다가 여론 영향력이 커진 경우라면, 김어준은 1998년 딴지일보 창간 이후 직업인으로서 언론 활동을 해왔다. 그런데 나는 김어준을 수식하는 말로서 ‘언론인’ 혹은 ‘저널리스트’라는 표현을 본 적이 없다. 김어준 앞에는 대부분 ‘방송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나는 ‘방송인 김어준’이란 표현에 김어준을 언론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언론의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고 본다.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김어준은 음모론을 전개하는 데 거리낌이 없으며, 진영논리를 펼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쓰는 데 거침이 없으며 때론 팩트보다 진정성을 강조한다. 언론은 이런 것들이 저널리스트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위에 열거한 내용이 김어준만의 특징일까. 한국 언론은 이미 충분히 정파적이고, 음모론을 검증하는 척하면서 퍼뜨리고 있고, 오보와 막말을 일삼고 있으며 팩트보다는 진영을 더 챙기고 있다. 김어준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언론들이 김어준보다 높은 수준의 저널리즘을 추구한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김어준을 저널리스트로 인정해야 김어준의 저널리즘 행위를 제대로 비판할 수 있다.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는 지난해 KBS 저널리즘토크쇼J에 출연해 일명 팟캐스트 황태자 최욱을 저널리스트로 규정했다. 이 정의로 저널리즘은 더욱 확장력을 갖게 됐다. 그렇다면 우리는 김용민, 이동형, 김세의, 강용석, 그 외 유튜브와 팟캐스트에서 다방면으로 활동중인 인물들이 저널리스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저널리즘의 기준으로 그들을 평가해야 한다.


김어준을 저널리스트로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김어준은 한국 저널리즘의 오욕을 함께 해온 인물이다. 그리고 10년 넘게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상위에 머무는 인물이다. 저널리즘을 더 이상 숭고한 이데아에 가둬서는 안된다. 그리고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저널리즘은 무엇인가, 그리고 저널리스트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언론의 신뢰회복은 스스로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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