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미래 아닌 과거의 역사… 두려움 떨치고 과감히 혁신하자"

[2020 신년사] 이영성 한국일보 사장

이영성 한국일보 사장. 저는 우리의 자세, 방향을 얘기하고자 합니다.

두려움을 떨칩시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화두 중 첫째입니다.

익숙한 과거와의 결별을 두려워해서는 앞으로 갈 수 없습니다. 

도전하지 않으면 퇴보하는 것입니다. 신문은 이제 미래가 아닌 과거의 역사가 되고 있습니다. 
지면으로 뉴스를 보는 독자는 극소수입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독일의 디 벨트지, 그리고 국내의 중앙일보 등은 이미 소수의 에디터와 편집자가 신문을 만들고 편집국 기자 대다수는 디지털 콘텐츠 생산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보지 않는 신문에 우리 리소스의 대부분을 쏟아붓는 것은 강을 건너기 두려워 메마른 땅에 남아 굶어 죽는 아프리카의 누우 떼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두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조직의 혁신입니다. 

형식이 내용을 좌우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현재의 신문제작 방식, 편집국 구조, 회의, 지면 구분 등을 그대로 하는 한 우리는 ‘도로 신문’으로 돌아갈 뿐입니다.

물론 어느 수준의 조직개편이 필요한지는 우리의 인력, 체력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내부의 공감대도 충분히 형성돼야 합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조금 더 크게, 더 멀리 목표를 설정하지 않으면 결국 제자리걸음을 하고 말 것입니다.

세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선택과 집중입니다. 

40, 50년 이상 계속돼온 신문 제작 관행인 대형 판형에 모든 것을 다 담는 백화점식 콘텐츠로는 독자들을 붙잡기 어렵습니다.

우리만의 콘텐츠, 유니크한 콘텐츠로 디지털 영역에서 경쟁지와 차별화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어떤 게 우리만의 콘텐츠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편집국의 토론도 필요하고, 지금 준비하고 있는 독자 분석시스템이 마련되면 엄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서 가능할 것입니다.

넷째는 기자들의 개별적 디지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데스크도 물론입니다. 

기사를 쓰는 문법이 달라져야 하고, 자신이 취재한 내용을 가장 잘 아는 기자 스스로가 가장 정확하고 눈길 끄는 제목을 달아야 합니다. 이런 기본을 하지 않고서는 경쟁력이 있을 수 없습니다.

데스크들도 신문에 매이지 말고 세상이 돌아가는 오전과 낮 시간대 이슈들을 추적해 보도하고 생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지금 외국의 유수한 미디어의 기자들은 기사만 쓰는 게 아니라 사진, 동영상을 자기 콘텐츠에 입히는 멀티플레이어가 된 지 오랩니다. 

우리도 몇 달 후면 한국 언론 중에서 최고의 CMS를 갖출 것입니다. 

우리가 멀티플레이어로 거듭난다면, 한 명 한 명의 경쟁력이 한국일보를 으뜸가는 언론으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재정과 수익의 문제도 도외시할 수 없습니다. 

한국일보는 단기적으로는 광고 협찬을 늘려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려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신사업 발굴이 필수적입니다. 

기존 사업도 내실화해서 수익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광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작년에 5년 만에 적자를 봤습니다만, 올해는 미디어 광고 시장은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사장부터 평직원에 이르기까지 똘똘 뭉쳐 총력전을 펼쳐야 합니다. 

국실 간 칸막이를 허물고 정보 공유, 협업 구조를 갖춰야 합니다.

저는 혁신의 네 가지 방향을 얘기했습니다. 강을 건너는데 두려움을 떨치고, 조직 혁신을 하고, 콘텐츠의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며, 각각의 경쟁력을 높이면 올해 확실한 성과를 낼 것입니다.

서로 분발을 다짐하고 요청하면서 회사도 편집국, 경영직 여러분들의 행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귀를 열고 여러분 고충을 듣는 공감 능력을 키울 것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시행토록 하겠습니다.

회장님께서 저에게 당부한 말씀이 있습니다.

이 사회, 이 나라가 잘되도록 긍정적 영향을 주는 좋은 언론이 되자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제가 꿈꾸던 한국일보이며, 우리 식구들이 바라는 한국일보일 것입니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합시다. 

두려움을 떨칩시다.

여러분의 뜨거운 열정이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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