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KOBACO 불합치 결정 향후 과제
지성우 단국대 법학과 교수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8.12.17 16:28:35
현행 방송법 제73조 제5항은 지상파 방송사업자는 한국방송광고공사(이하 KOBACO)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송광고 판매대행사가 위탁하는 방송광고물 이외에는 방송광고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한 방송법시행령 제59조 제3항에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송광고 판매대행사를 방송광고 판매대행을 위하여 설립된 주식회사로서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출자한 회사로 한정하고 있다. 즉 지상파 방송사업자는 한국방송광고공사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송광고 판매대행사가 위탁하는 방송광고물 이외에는 방송광고를 할 수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지상파방송사업자들은 KOBACO를 통해서만, KOBACO가 정해놓은 요금비율 대로만 광고를 판매할 수 있었다.
KOBACO체제를 둘러싼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KOBACO는 인기 채널을 운영하는 지상파방송사업자들보다는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등 공공목적의 채널을 운영하는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에게 유리한 제도였던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이러한 내용의 방송법 제73조 제5항 및 동법 시행령 제59조 제3항과 제5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였다. 다만 이 두 규정은 2009년 12월31일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는 소위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헌재에 따르면 방송광고는 사적 재화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사적 재화들과는 다른 특성을 지니므로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방송광고를 통제하고 규제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헌재는 방송광고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다른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미디어렙을 통해 방송광고의 판매와 구매를 하게 함으로써, 방송사업자에게는 방송의 편성 및 제작을 광고영업과 분리시켜 전문화·효율화할 수 있고 방송경영의 합리화와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으며, 광고주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조건에 맞는 최적의 프로그램을 찾아 원하는 광고효과를 달성하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헌재는 방송법의 당해 규정이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수단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이라는 나머지 3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평등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결정하였다.
다만 헌재는 원칙적으로 당해 규정을 위헌으로 결정하여야 하지만 만일 단순위헌결정을 하여 당장 그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에는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대행을 규제하는 근거 규정이 사라져 방송광고 판매대행사업자가 난립함으로써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대행 시장이 무질서한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므로 잠정적으로 2009년 12월31일까지 이 규정의 효력을 유지하되 이 기간까지 방송법 규정을 개정하라고 요구하는 ‘헌법 불합치, 입법촉구’결정을 내린 것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대부분의 언론관계자들에 의해 방송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내린 잘못된 결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국가의 최고 헌법적 사법기관이라는 점, 헌재의 결정에 대해 현행법의 테두리에서는 별다른 불복절차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헌재의 결정을 전면적으로 거부하여 저항권을 행사하는 상황은 별론으로 하고, 현 상태에서는 헌재의 결정을 수용하고 더욱 건설적인 방향으로 제도를 입안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때 주의 깊게 고려해야 할 점은 헌재가 현행 방송법상의 광고판매제도, 즉 KOBACO체제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헌재는 KOBACO체제 자체가 필요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역방송이나 종교방송 등 공공목적의 방송이 활성화되고 방송의 공익성이 유지되게 할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결정하였다. 따라서 마치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해석함에 있어 KOBACO체제가 모두 무용한 제도였기 때문에 무조건 민영미디어렙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헌재의 결정을 악용할 목적이 있거나 적어도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유지하고, 지역방송·종교방송 등 공공채널을 활성화하는 방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입법목적이 꼭 KOBACO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닌 만큼, 법을 개정해서 다른 방법에 의해 지나치게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제도를 찾아보라고 한 것이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향후 현재의 방송광고판매제도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 제도 변화의 핵심 화두는 과연 어떤 광고판매방식을 택하여야만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이 후퇴하지 않을 수 있는가하는 점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