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사건 신문보도 분석]남은 의혹 눈감기 '급급'

검찰 수사 이례적 칭찬…신정아 사건과 확연한 차이

검찰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연루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서 일단락된 것 같았던 BBK 주가조작 사건 후폭풍이 강력하다.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절반 이상이 검찰 수사결과에 불신하고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이 다시 제기되면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둘러싼 진위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대선의 마지막 뇌관으로 통하던 BBK 사건은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보도량이 현저하게 줄었다. 주요일간지들은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날인 6일 5~6개면을 할애하며 수사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후 김경준씨 자필 메모, 기획입국설, 검찰 탄핵소추안 발의 등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에 집중하고 있다.

동아, 남은 의혹 취급 안해
이 과정에서 일부 신문은 ㈜다스의 실소유주를 둘러싼 의혹 등 검찰이 밝히지 못한 의혹은 애써 눈감거나 사건의 실체와 무관한 김경준씨와 김씨 가족 신상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은 한겨레와 경향신문, 서울신문 등을 제외한 대부분 신문에서 나타났고, 특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지면에서 두드러졌다.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6일자에서 도곡동 땅 판 돈 다스 유입, 영문계약서 3건 진위 등 풀리지 않은 의혹을 주요하게 다룬 반면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관련 내용을 한 꼭지도 다루지 않았다. 조선일보도 5면에 ‘이명박 후보의 남은 의혹들’이라는 2단 기사를 실었을 뿐이다. 대신 김경준씨 가족을 사기단으로 몰아가는데 초점을 맞췄다.

동아일보는 6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사기꾼의 입에 온 나라가 6개월 넘게 놀아난 꼴 아니냐”고 했고,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김경준 가족의 세치 혀에 세계 13위 경제대국 대한민국이 수개월간 춤을 추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7일자 사설 ‘가족 사기단, 뭘 믿고 대한민국을 우습게 봤을까’에서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사람들은 그 검찰의 증거들이 무엇이 잘못됐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해 대선미디어연대는 “김경준 개인에 집착해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축소하는 보도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명박 후보와의 관련성을 차단하고자 하는 정파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사설 통해 검찰발표 승복 주장
최근 보도에서 눈에 띄는 점은 검찰을 격려하는 기사가 이례적으로 많이 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설을 통해 검찰 발표에 대해 승복할 것을 주장하는가하면 수사 관계자들을 앞 다퉈 칭찬하고 있다. 검찰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도 비중있게 배치하고 있다.

검찰 수사에 대해 미흡하다는 지적을 늘 해온데다 상당수 국민이 이번 수사결과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의 이런 보도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일부 언론의 이번 보도는 ‘변양균-신정아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발표 때의 보도와 확연하게 다르다. 조·중·동 등 일부 언론은 검찰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난 10월31일자 지면을 통해 검찰 수사가 미흡하다며 국민적 의혹 해소를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10월31일자 8면 ‘신정아 비호 몸통은 결국 변양균뿐?’ 기사에서 “청와대 고위 공직자가 연루된 권력형 비리이지만, 다른 권력자나 권력 조직이 개입한 흔적은 밝히지 못했다는 허탈한 결론인 셈”이라며 수사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검찰이 변씨 윗선의 개입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고 했고, 동아일보도 “두 사람 말고 배후에 다른 관련자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밝혔다.

조·중·동 등 일부 언론의 이중적 태도가 낱낱이 드러나는 사례들로, 언론의 진실 추구라는 대의를 정파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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