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불합리 등 '블라인드' 속 이야기, 이용자 더 많은 페북으로 끌어오고 싶었죠"

'한국 미디어 대나무숲' 페북지기 익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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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없이 인터뷰하고 싶었습니다.”


서울 소재 언론사 소속, 한국기자협회 회원이라는 두 가지 단서만 갖고 있던 참이었다.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이유를 묻자 ‘한국 미디어 대나무숲’ 관리자는 이렇게 답했다. 그는 “회사가 기자 개인의 정체성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프레임에 따라 느껴지는 인상이 있을 수 있다”며 “언론사에 따라 보수, 진보 성향으로 보이거나 메이저, 독립 언론, 군소언론 등으로 분류되는 것이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제 소속으로 인해 페이지에 편견이 생길까 걱정되고 또 이 역할을 누가 맡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기에 아직 관리자라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알린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10월부터 한국 미디어 대나무숲을 운영하고 있다. 익명 앱 ‘블라인드’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것을 봤지만 아쉬움을 느껴서다. 그는 “블라인드에서 오가는 여러 이야기 중 회사의 불합리나 업무상 아쉬움, 스트레스 토로 같은 이야기를 이용자가 좀 더 많은 페이스북에 끌어오고 싶었다”며 “처음에는 저조차 개입하지 않고 특정 링크로 글을 보내면 자동으로 게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지 생각했다. 그러나 이 경우 명예훼손 성 발언이 오갈 경우 저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겠다 싶었다. 그래서 글을 보내오면 언론사 이름과 특정인 이름 등만 이니셜 처리하며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미디어 대나무숲은 애초 한국 기자 대나무숲으로 시작했다. 중간에 기자 외 직종에서 글을 보내오며 기자에서 미디어로 확장했다. 그에 따르면 보내오는 글 중 85%가 미디어 업계 종사자고 프리랜서, 작가, FD, 학생기자를 제외하면 80% 수준이 기자들이 보내오는 글이다.


29일 기준 한국 미디어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은 311개. 구독자도 쌓이고 쌓여 570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는 “성격상 숫자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는 편”이라며 “한국 언론이 건강하게 발전하고 한국 언론과 함께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 더 나은 쪽으로 가는 데 일조하고 있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소통에서 소외 혹은 배제된 기자들의 창구가 되는 것 역시 그의 바람이다. 그는 “회사 내 노조가 있거나 큰 언론사의 경우 업무 외 대내외 소통 창구가 여러 개 있지만 거기에서 소외 혹은 배제된 언론도 많다. 그래서 어떤 내용이라도 올 거라 생각했다”며 “언론사 내 문화, 생각, 근무 환경 등에 여러 문제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많은 언론인들이 생각하고 있다. 취재 외 여러 가지를 원하는 만큼 공개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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