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언론 보도가 사실관계 왜곡, 허위사실을 앞세워 정쟁을 확산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언론은 국가보안법과 한미동맹관계 등에 대한 고찰 없이 이 틀 안에서 보도를 함으로써 한반도 전쟁 위기에 대한 국민 공포를 고려치 않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언론본부는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평창 동계올림픽과 언론보도’ 토론회를 열고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한 언론보도 실태진단과 함께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이 참가하는 평창 올림픽은 남북과 대 미국관계의 연장선상에서 평화의 계기가 될지 전쟁의 위기가 될지 등을 두고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남측언론본부는 6·15 남북공동선언 정신을 이행하며 언론자주 교류 실현을 이뤄내기 위해 지난 2005년 6월 9일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 언론 단체들이 설립한 조직이다.
발제를 맡은 고승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겸 6·15언론본부 정책실장)은 “세계가 ‘평창’이후를 염려하고 주목하는 상황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한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일부 언론의 올림픽 관련 보도를 보면 언론의 공적책임 이행이나 진실 전달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이어 “객관적 보도 태도에서 심각하게 벗어나거나 명백한 오보를 쏟아내는 모습은 촛불 혁명 이후에도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고 이사장은 발제문에서 ‘평화올림픽’과 ‘평양올림픽’으로 구분되는 프레임 아래 나온 언론보도를 지적했다. 일부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 ‘검색어 조작’을 부각시키거나, ‘평화올림픽‘과 ’평양올림픽‘을 동등한 가치로 놓고 보도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 66세 생일을 맞아 지지자들이 ’평화올림픽‘을 포털 실검 1위로 만드는 이벤트를 진행했고, 이에 반발한 누리꾼들이 ’평양올림픽‘을 실검으로 올리자 일부 언론에선 ’검색어 조작‘과 관련한 보도를 낸 바 있다.
고 이사장은 특히 이날 SBS가 보도한 <'평화 vs 평양‘...검색어 경쟁이 남긴 숙제> 리포트를 거론했다. 이 보도는 문 대통령의 “평화의 올림픽이 되었으면 합니다” 발언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평양올림픽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라는 말, 청와대의 “평양올림픽 딱지를 붙이는 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와 보수 단체의 “망국적 평양올림픽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번갈아 전하며 “단일팀 급조나 현송월 의전 논란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붙였다.
고 이사장은 이에 대해 “SBS는 IOC나 유엔 등이 확인한 평창 올림픽의 취지와 평화증진 효과 등을 외면한 채 ‘북한이 참가하니 평양 올림픽이다’라는 정치공세와 동일 선상에 올려놓고 부자연스럽게 짜맞춘 기사를 작성해 시청자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자초했다”고 평가했다.
남북 단일팀 한반도기 논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고 이사장은 채널A ‘뉴스특급’ 1월17일자 보도가 정부의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합의를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팀 구성의 긍정적 측면은 언급하지 않고 ‘단일팀 반대 목소리’를 부각하기 위해 여자 아이스하키팀 선수들의 6개월 전 보도 인터뷰 영상을 마치 현장을 연결한 것처럼 보도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날 한 아이스하키팀 선수는 “아이스하키를 원래 모르셨던 분들이 통일 하나만으로 갑자기 아이스하키를 생각하시고 저희를 이용하시는 것 같은데, 지금 땀 흘리고 힘들게 운동하는 선수들 생각 한 번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는데, 고 이사장은 이 인터뷰가 “지난해 7월5일 채널A가 <”23명이 한몸...우린 못 나눠요“>에서 보도한 것으로 6개월 뒤 결정된 남북 단일팀 구성을 비판하기 시청자들이 착각하기 쉽게 재사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행자 김종석·황수현 앵커는 이 인터뷰가 반 년 전 이뤄진 것임을 설명하지 않았고 제작진 역시 아무 명시도 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최악으로 치닫던 남북관계가 올림픽을 계기로 전화점을 찾을 수 있는데도 일부 언론은 부정적인 보도만 쏟아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 이사장은 “TV조선·채널A 등 일부 언론은 대담 프로 등을 통해 ‘북한이 한미 관계 이간질과 돈을 노리고 벌이는 수작, 정부가 놀아나서는 안 된다’는 등 극단적이고 근거 없는 비방을 토해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TV조선 1월5일 ‘뉴스퍼레이드’에서 나온 발언을 사례로 들며 고성국 시사평론가가 “강원도민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평창올림픽 성공적으로 하면 통일됩니까? 평창올림픽 성공적으로 하면 정말 남북 간에 완전히 평화가 정착됩니까? 그런 건 아니잖아요”라고 발언한 것을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 1월 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해 첫 국정연설을 통해 ‘최고 수위의 대북 압박’과 ‘미국 중심의 통상정책’을 밝히고 강격 대북 노선을 강조한 이후 연합뉴스TV가 편성한 특보와 리포트, 대담 등도 도마에 올랐다.
고 이사장은 이에 대한 민주언론시민연합의 2월2일 보도비평을 거론하며, “대북 강경파를 넘어 ‘전쟁광’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던 패널들만 ‘전문가’로 내세워 분석을 맡겼다”고 했고, 이어 “연합뉴스TV가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을 장려하고 한반도 전쟁을 기정사실로 묘사하는 대담을 내보냈고, 사실과 다른 주장, 편견에 가까운 사적 견해도 그대로 방송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정봉·신인균 패널이 “우리 정부의 의사와 상관 없이 언제라도 전쟁할 수 있다, 이렇게 봐야 될 것”, “(미군) F-22가 레이더에 보이게 하는 반사판을 뗐다. 실전이라는 것을 암시한다”는 발언을 했고, “진행자들은 오히려 ‘여차하면 선제공격 할 수 있다는 것이 허언이 아니다’라며 맞장구치기에 바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가 대북 압박 강화 기조를 선언했지만 군사옵션 사용은 거론도 하지 않았다는 점, 미국 내 선제공격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이라는 점 등을 들어 “‘대북 선제공격론’은 굉장히 성급한 결론”이라고 반박했다.
북한 응원단에 대한 관음증적 시각 보도에 대한 비판 역시 나왔다. 상당수 매체가 ‘미녀’라는 표현을 사용해가며 응원단의 용모를 부각시킨 데 대해 “남북의 올림픽 축하 움직임을 관음증적 시각으로 격하시키는 보도”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TV조선 지난달 20일 내놓은 <“응원단 뽑혀 한국 오려고 뇌물”>리포트가 사례로 제시됐다. 외모가 언급되는 점이 부적절하고, ‘대북소식통’이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2011년부터 선수단 파견 계획을 준비했다는 내용 등이 검증이 불가능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고 이사장은 총평을 통해 “일부 언론은 국보법이 허용하는 공간 속에서의 보도를 하다보니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와 그에 대한 대화를 ‘핵과 미사일 추가 개발을 위한 숨고르기 평화공세’, ‘한미 동맹 파괴를 위한 이간질 시도’, ‘대남 공작’이라는 프레임으로 보도했다”며 “이런 관점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지난 수년 동안 지속된 한반도 전쟁위기를 일단 뒤로 밀어내고 대화와 협력을 통한 관계개선이라는, 즉 평화를 연습하는 축제라는 점이 부각되기는 어려웠다”고 게재했다.
그는 이어 국가보안법과 미국의 우월적 지위를 보장한 한미동맹관계 자체를 문제삼으며 “언론이 진정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려 한다면 사상의 자유와 언론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국보법 개폐와 한미동맹관계 정상화를 정치권에 촉구하는 캠페인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날 참석한 토론자들은 발제내용에 대한 이의제기 없이 평창 동계올림픽 보도와 관련해 자신들이 인식한 문제점을 추가하는 식으로 토론을 이어갔다.
김동훈 한겨레신문 스포츠부장은 한반도기 사용, 공동입장 논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 등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팩트에 소홀하거나 알면서도 넘어가는 건 혹세무민이다. 과거 검증을 해보면 다 나오는 얘기들인데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면서 “일련의 북한 관련 보도들이 이렇게 확대 재생산되는 원인 중 하나가 갈등이 많은 데 따른 피로감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국 보수주의자는 누구편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반공 이데올로기를 부적처럼 갖고, 북핵을 전가의 보도처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스하키팀을 말씀드리면 평창에서 큰 감동이 있을 거다. 스웨덴과의 평가전만 봐도 엄청난 투혼을 발휘하는 선수들을 볼 수 있었다. 평창 올림픽은 남북 통일의 기틀이 될 거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김종필 내일신문 정치부장은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의 위협을 극복하려면 실제적으로 국가보안법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방향에 대한 공론화를 계속 재개하고 시도할 필요가 있다”며 “평화통일과 남북화해협력을 위한 보도제작 준칙 내용이 한국 언론계에 확산되고 자주적으로 공유되는 작업이 수반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오기현 한국PD연합회 통일특위위원장은 “북한 관련 보도는 객관성, 합리성 책임성이 없다. 추상적이고 비합리적이고 체면 몰수한 비상식적인 보도로 규정지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현송월 단장과 관련해 <김정은 옛 애인 등 10여명, 음란물 찍어 총살돼>(2013년 8월29일 ) 보도사례를 언급하며 ‘현송월 부활설’이 나오게 된 과정을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북한 관련 보도는 네 단계를 거쳐 확정된다”며 “첫째, 국내보도, 두 번째는 이를 인용한 외신, 세 번째는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사실 확인이나 전문가의 인정, (최종적으로) 이를 종합한 확정보도의 단계를 거친다”고 했다. 이어 “힘들더라도 올림픽 종료 후 북한 관련 보도를 팩트체크하는 자리가 마련돼야겠다. 최소한의 기준, 객관성과 합리성, 체면이 유지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 수석부회장은 “조선일보 전체를 가짜뉴스라고 할 순 없겠지만 현송월 뉴스만 놓고 보면 가짜뉴스의 진원지다. 살아 있는 사람으로 왔는데 과거 기사를 버젓이 방치,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이런 태도는 지적받고 고쳐져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평창 올림픽 유치 당시엔 유치 의미와 함께 성공해야한다고 (스포츠조선이) 크게 보도했는데 7년이 지나서 대하는 자세를 보면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과거엔 극찬을 하고 경사로 보도하더니 그때와 지금이 뭐가 다른 건가. 그런 태도를 비판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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