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비판하던 언론이 냄비 아니었나? JTBC 뉴스, 본질로 들어가겠다”

[인터뷰]손석희 JTBC 보도총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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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JTBC, 다른 목소리…여론 다양성 담아내는 과정
시청률 신경 쓰이지만 매달리지는 않아
논쟁하고 양보하면서 뉴스는 만들어지는 것
JTBC는 마지막 현역…정치권 진출 생각 없어


손석희 JTBC 보도총괄 사장은 지난해 9월16일 JTBC ‘NEWS 9’의 앵커로 복귀하면서 프랑스 르몽드의 창립자 위베르 뵈브메리의 말을 인용해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손 사장은 세월호 참사 보도 등을 통해 그가 한 약속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종편)은 그동안 지난 정부의 ‘사생아’로 불릴 정도로 평가 절하됐다. 하지만 이런 시선이 올 들어 달라지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엔 손 사장이 자리 잡고 있다. 손 사장은 JTBC 뉴스제작에 있어 사실·공정·균형은 물론이고 품격을 강조하면서 JTBC만의 색깔을 내고 있다. 지난 6일 분주하게 움직이는 JTBC보도국 한 편에 마련된 사장실에서 손 사장을 만났다.

-JTBC에 오신지 1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의 소회를 부탁드리겠습니다.
“1년이 매우 길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세월이 빨리 가는 법인데 지난 1년은 아주 길게 살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서 좀 힘들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그 반대로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JTBC 보도는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사장이 직접 진도 팽목항 현지에서 진행하고 보도량도 타 방송에 비해 월등히 많았습니다.
“그 곳에 아직 뉴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종자들은 아직 모두 돌아오지 못했고, 원인 규명도 되지 않았습니다. 사고 순간 급변침의 원인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는 늘 냄비 같다고 언론이 비판하면서 사실 가장 냄비 같은 건 언론이 아니었던가요? 언론이 주도적으로 그래왔든, 아니면 종속적으로 그래왔든 말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닷새 동안 옷을 바꾸어 입지 않고 뉴스를 진행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게 뉴스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를 아는 사람들은 그걸 그렇게 특별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팽목항에서 방송할 때 몇 차례 말을 잇지 못하셨습니다.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전했다는 평가가 많지만 일각에선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해야 할 앵커로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말을 잇지 못한 적은 두어 번 됩니다. 저도 방송하면서 좀 당황했습니다. 왜냐하면 과거 앵커 시절에는 없었던 일이거든요. 성수대교 붕괴 때도, 삼풍백화점 붕괴 때도, 그 외에 수도 없이 많았던 재난 방송에서 제가 그랬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두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첫째는 대부분 희생자들이 아이들이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제가 이젠 나이가 들었다는 것입니다.”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학생들이 남긴 동영상 등을 JTBC에만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희들 나름대로의 진정성을 알아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가족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려고 애썼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유가족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합니다. 고(故) 박수현 군이 남긴 동영상을 처음으로 방송했을 때 많이 고민했습니다. 동영상을 그대로 낼 것이냐, 아니면 정지화면으로 낼 것이냐에 대해 안에서도 의견이 달랐습니다. 일반적인 언론의 욕심대로였다면 동영상을 택했겠지만, 저는 정지화면을 택했습니다. 그것이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에게 우리가 지킬 수 있는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부모님들도 저희들의 이런 자세를 받아들여주셨던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동영상은 ‘바다에서 온 편지’라고 이름 붙였고, 그 이후 일곱 번 더 편지를 전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보도 과정에서 우리 언론은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받아쓰기나 속보를 중시하는 관행이 이번에 문제가 됐지만, 언론이 뉴스원이 아닌 이상 그런 한계를 벗어나기는 참 힘들어 보입니다. ‘전원구조’ 오보도 언론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이 많이 있을 겁니다. 우리도 자막으로 오보를 냈지만 진행하던 앵커가 이 내용은 더 확인해봐야 한다고 매우 신중하게 대처했습니다. 그랬더니 방송 심의하는 쪽에선 텔레비전은 자막으로만 보기도 한다면서 징계대상에 넣더군요. 하지만 변명할 생각은 없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 아닐까요? 사건이 발생하면 그 본질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주변적 문제나 화제 거리에 매달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내용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주객이 전도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일각에선 JTBC의 전반적인 보도 논조가 중앙일보와 다르다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바깥에서 많이 관심을 갖고 계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엔 다를 때도 있고 비슷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원래 그런 것 아닌가요? 같은 신문도 사안에 따라서는 다른 목소리를 담기도 합니다. 중앙일보는 그런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려 있기도 합니다. 방송도 마찬가집니다. 제가 있던 MBC도 그랬습니다. 라디오든 텔레비전이든 하루 종일 들어보면 전혀 다른 논조가 나올 때가 많습니다. 라디오는 특히 진행자의 캐릭터에 따라서 많이 다릅니다. 같은 채널에서도 그럴 정도인데, 매체가 다르면 그럴 개연성이 더 커집니다. 그래서 JTBC와 중앙일보에서 때로 다른 소리가 나오면 바깥에서는 불편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저는 그것이 여론의 다양성을 담아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은 시청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JTBC 뉴스에 대한 시민들의 호의적인 평가만큼 시청률이 뒷받침 해준다고 보시는지요.
“실제 시청률은 체감 시청률보다 낮습니다. 저희 같은 경우 적극적 시청층이 많은 편인데 대부분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시청합니다. 이건 작년 개편 이후 기존의 플랫폼을 뛰쳐나가서 포털 등과 손을 잡은 결과이기도 합니다. 사장으로 있으면서 전통적 시청률 조사에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는 일이지만, 거기에 매달린 적은 없습니다. 길게 보고 가려고 합니다. 시청률이란 것도 조사방법이 바뀌면 결과도 좀 달리 나오겠지요.”

 -메인뉴스 ‘NEWS 9’ 방송 시간을 평일 저녁 8시로 변경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메인 뉴스 편성은 보도국 혼자 결정하는 일이 아닙니다. 편성의 요인과 보도국의 요인이 서로 작용하는 것인데 이 얘긴 확정이 되면 말씀드리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뉴스 제작을 하면서 평소 기자들에게 강조하는 점은 무엇인지요.
“여기에 오자마자 부장회의를 가졌는데 그 중에 한 부장이 뉴스 제작 원칙이 뭐냐고 묻기에, 평소 생각하던 것을 주섬주섬 얘기했습니다. 사실, 공정, 균형, 품위였습니다. 그래서 첫날 이후 그 네 가지가 원칙이 돼버렸습니다. 그런데 제가 주섬주섬 얘기했다고 했지만, 그건 평상시에도 늘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별 거리낌 없이 얘기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앞의 세 가지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마지막에 언급한 품위는 근래 들어 더욱 절실하게 느꼈던 것인데 제가 얘기해 놓고도 잘 얘기했다고 자찬하는 중입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양 진영 간 골이 점점 깊어지고 그 틈을 메우는 역할을 언론이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JTBC를 택했다고 하셨습니다. 그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보시고 향후 어떤 식으로 이끌고 가실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 목표는 달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추구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JTBC는 그것을 추구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조직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제가 처음에 앞으로의 시간들이 기대가 되기도 한다고 했는데 바로 그런 점 때문입니다. 우리의 방향성이나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들은 말처럼 쉽게 나오는 것들이 아닙니다. 때로는 논쟁도 하고 양보도 하고 서로 서운해 하기도 하고, 감정도 좀 상하면서 해나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 때문에 조직이 흔들린 적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해 나갈 겁니다.”

   
 
   
 
-그동안 외부 인터뷰를 자제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곳으로 옮긴 다음에는 그래도 꽤 한 편입니다. 그런데 인터뷰란 건 늘 하고나면 개운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잘 안하는 편이긴 합니다.”

-MBC 앵커에서 교수, 그리고 종편 사장으로 변신했는데 3가지 중 가장 힘든 자리는 어떤 것입니까.
“뻔한 답이겠지만, 전부 어렵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세 가지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비교해서 말하기가 어렵네요. MBC는 제가 삼십년 일했던 고향이고 그 곳에서 일했던 것은 평생 잊지 못하겠지요. 학교에서는 칠년 반 있었는데 그 사이에 쌓인 인연들이 참 많습니다. JTBC는 이제 인연을 시작했지만 현역으로서는 마지막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 만큼 각별합니다.”

-JTBC 사장으로 되돌아 온 것에 대해 당시 언론계가 적잖게 놀랐습니다. 언론인으로서의 포부는 무엇입니까.
“JTBC 뉴스가 저널리즘의 모범답안에 가장 가까이 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났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끊임없이 정치권에서 러브콜이 있었습니다. 가까운 시점이 아니더라도 정치권에 몸 담을 생각은 가지고 계십니까.
“없습니다.”

-올해도 기자 현직에서 정치권으로 직행한 ‘폴리널리스트’가 많았고, 이에 대한 비판도 뒤따랐습니다.
 “선택을 한 것이니까 제가 왈가왈부 할 사안은 아닙니다. 그런데 질문에 ‘폴리널리스트’란 단어를 쓰신 건 좀 부정적 어감을 느끼게 합니다. 아마도 저널리스트의 본분을 폴리티션이 되는 데에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뜻인 것 같은데, 그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누구든 선택은 할 수 있겠지요.”

-언론 외에 또 다른 길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특별히 없습니다. 나중에 그냥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사장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한데요.
“대개 오전 11시쯤 회사에 나와서 열두 시간 있다가 집에 갑니다. 밥 약속이 있으면 가끔 회사 바깥으로 나가지만 아니면 하루 종일 바깥 날씨를 모를 때도 많습니다. 우리 보도국은 창문이 없거든요.”

-사장님 인생에 있어 터닝 포인트라고 하면 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너무 많습니다. 마지막은 역시 이곳 JTBC로 왔을 때입니다.”

-창립 50년을 맞은 한국기자협회와 기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한국기자협회에는 개인적으로는 25년 만에 재가입했습니다. 신출내기나 다름없는데 너무 거창한 얘기를 하라고 하면 어울리지 않습니다. 일단은 기자협회 축구대회에 JTBC 단독으로는 처음 출전하는데 이번에 뭔가를 보여 드릴테니 각오들 하십시오.



MBC 앵커 출신 언론인…교수 재직하다 JTBC행
손석희 사장은 지난 1984년 MBC에 입사해 MBC ‘뉴스데스크’, ‘100분 토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등을 거치면서 MBC 간판 앵커로 자리 잡았다.

그는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질문과 보는 사람의 가슴 속까지 후련하게 하는 논리적인 진행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국내 시사 프로그램의 격을 한 단계 높였다.

하지만 손석희 사장은 2006년 아나운서 국장직을 끝으로 MBC를 떠나, 성신여대 교수로 변신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꼽히며 정치권 영입 1순위였지만 정치권 ‘러브콜’을 마다하고 후학을 양성하겠다는 일념으로 상아탑을 택한 것.

교수직을 유지하며 진행했던 MBC ‘100분 토론’이 MBC 내 편향성 논란이 일자 2009년 스스로 하차를 선택했다.

이후 안정된 자리인 교수직을 던지고 지난해 5월 종편 JTBC 보도총괄 사장으로 변신하면서 언론계를 또 한번 놀라게 했다.

종편행을 택한 것에 대한 언론계 안팎의 기우에도 손 사장은 지난해 10월 타 언론사에서 성역처럼 여겼던 ‘삼성 노조 무력화 시도 문건 입수’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루며 그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보도를 통해 JTBC만의 색깔을 내면서 그의 행보가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창남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