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 홍석현씨의 신문협회장 선출

지난 7일 대구에서 열린 ‘신문시장 정상화와 지역언론 활성화 방안을 위한 토론회’의 한 장면.
한 토론자가 수도권 신문판매 현장을 취재하며 입수했다는 전단 한 장을 참석자들에게 보여준다. 그는 “중앙일보 지국에서 자전거를 나눠준다는 게 전단의 요지인데 여기에 소개된 전화번호를 돌리면 ‘자전거 일보’의 단속 주체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오게 됩니다. 흑색선전인 셈이지요”라고 소개한다. 이 토론자는 이어 신문사 지국이 판촉을 위해 구입할만한 상품 목록이 가득 실린 신문을 펼쳐 보인다. 신문 지국만을 상대로 하는 전문지인 셈인데 참가자들은 “저런 게 다 있구나”라며 혀를 끌끌 찬다. 일부 신문의 자정 선언은 신문사 본사의 강압적인 판매 정책에 의해 자전거 판촉이 여전히 횡행해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침 이날 토론회는 바로 전날 신문협회장 선거와 오버랩되어 우중충한 날씨만큼이나 참석자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했다.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 6일 신임 신문협회장에 선출됐다는 소식은 신문시장의 정상화를 희망하는 많은 이들에게 실망과 우려로 다가왔다. 우리는 홍 회장의 탈세 전력을 빌어 신문협회장 직함에 걸맞는 도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난에 머무르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경력상의 ‘흠’이 신문협회장을 선출할 때 고려되고 저울질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신문협회의 현주소가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 더 큰 충격이었다. 일부 신문들이 신문협회가 자율규제할 수 있는데 왜 정부가 나서느냐고 따져 물은 데 대해 협회가 들려줄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이었다는 생각도 해본다.
정말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들려오는 말에 따르면 ‘세계신문협회(WAN) 회장에 선출된 국제적 명성에 걸맞은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 일부 지방신문 사장들을 중심으로 홍 회장 추대 움직임이 있었고 이를 마땅히 저지할만한 내부 역량이 협회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번 신문협회장 선거는 시시각각 포위망을 좁혀오는 신문시장 개혁 요구에 대해 옹성 하나를 쌓은 것일지 모른다. 홍 회장이 협회장 선출을 앞두고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창립 기념식에 얼굴을 비친 것부터가 이런 타산의 결과였다는 분석도 그래서 가능하다.
더 중요한 것은 홍 회장이 신문시장의 혼탁을 불러온 공격적 시장확대 정책에 적지 않은 책임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신문시장의정상화에 앞장서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선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지난 6일 성명처럼 홍 회장에게 스스로 물러나라고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홍 회장을 ‘생선가게를 맡게된 고양이’라는 식으로 비아냥대지도 않을 것이다. 또 신문협회를 생선가게라고 폄하하는 무례도 저지르지는 않겠다. 다만 우리는 홍 회장이 언론계나 사회에 대한 도덕적 책임의 발로에서 해야 할 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신문시장의 혼탁상을 부채질해 온 자신의 과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해야 하며 신문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 공정위와 함께 어떤 노력을 펼칠 것인지를 진실되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친목협회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기 위해 신문협회가 어떤 노력을, 그것도 중앙일보를 상대로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공정거래위는 신문협회의 자율규제를 규정한 11조를 개정해서 직접 규제에 나서는 노력뿐만 아니라 무가지·경품 제공을 20%까지 허용한 3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게 많은 이들의 지적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언론 전문 주간지에 전화를 걸어 “신문협회의 자율규제 권한을 빼앗아오는 데 대한 조중동의 반발이 굉장히 부담스럽다”는 소회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홍 회장이 과거에 대한 반성없이 ‘친목회장’직을 수행하는 일과 공정위의 ‘눈치보기’가 어우러진다면 신문시장을 둘러싼 진혼곡의 지휘자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하고자 한다. 우리의주장의 전체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