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대독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를 전한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 보도와 종합편성채널 JTBC ‘뉴스룸’ 보도. 제목부터 확연한 차이가 난다.
이날 저녁 지상파 3사 메인뉴스 첫 리포트 제목은 대동소이했다. “심려 끼쳐 유감…정치 부패 척결”(KBS) “사퇴 유감‥사면 의혹 밝혀야”(MBC) “총리 사퇴 유감..사면 진실 밝혀야”(SBS). 뉴스 구성도 3사가 비슷했다. 대국민 메시지의 주요 내용을 한두 꼭지로 보도한 뒤, 여야의 상반된 목소리를 전했다. KBS는 두 꼭지에 걸쳐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충실하게 전달했고, MBC는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료진 진단”을 무릅쓰고 대통령이 메시지를 발표한 데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읽어냈다. SBS 역시 “정면 돌파의지”를 강조하면서 “특사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비교를 위해 같은 날 종합편성채널 JTBC ‘뉴스룸’ 보도를 살폈다. 제목부터 달랐다. ‘재보선 D-1…논란의 ‘대국민 메시지’’. 손석희 앵커는 “‘성완종 리스트’에 핵심 측근들이 다수 연루된 것에 대해선 사실상 언급이 없었다. 그 대신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진 성완종 전 회장의 특별사면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라며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비등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내려온 ‘수사지침’ 논란’에서 “친박계에 집중된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대통령 발언으로 사면 의혹 수사로 변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한 뒤 ‘데스크 브리핑’에선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에 담긴 의도와 배경, 정치적 파장 등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지상파 보도와는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달랐다.
지상파 정치 뉴스는 정형화된 틀을 따른다. 최고의 덕목은 ‘기계적 균형’이다. 민감한 이슈일수록 더 그렇다. 깊이 있는 해설이나 분석은 언감생심이다. 정부 정책이나 대통령에 관한 뉴스에선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대통령 해외 순방 보도에서도 정부가 발표하는 각종 성과와 실적들이 검증 없이 전파를 탄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상파 뉴스의 특징은 한 마디로 무비판·무관점 보도다. 그런데 이 ‘무관점’이 실제로는 진실을 굉장히 왜곡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라고 말했다. “지상파 뉴스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사실은 말할지언정 그것이 진실은 아니다”라는 한 공영방송사 기자의 일성과 상통하는 지적이다.
보수신문들도 때로는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지만, 지상파 뉴스에서 대통령은 여전히 ‘성역’이다. KBS 한 기자는 “기본적으로 정치부 데스크나 보도국 간부들 사이에는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 정권이 잘 돼야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있는 듯하다. 그걸 국가기간방송 KBS의 역할로 착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지난 연말 정국에 파문을 일으켰던 ‘비선 실세 논란’이나 최근의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서 지상파가 신문이나 종편에 비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상파 뉴스의 문제를 ‘오랜 관행’에서 찾는다. 1분20초짜리 단발성 스트레이트로 이뤄진 ‘백화점식’ 뉴스 구성이 그것이다. 김춘식 교수는 “지금처럼 앵커가 기자의 리포트를 단순히 전달하는 방식에선 취재원이 누구냐에 따라 보도의 성향과 관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아이템 수를 줄이는 대신 아이템별 뉴스 시간을 늘리면 대담식 토론도 가능해져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룰 수 있다. 포맷 변화만으로도 저널리즘의 퀄리티 제고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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