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낙하산 MC' 논란…담당 PD까지 교체
‘진품명품’ 팀에서 비제작부서로 돌연 인사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2013.11.01 15:54:25
KBS가 가을개편에서 신설된 역사 다큐의 출연 패널을 문제 삼아 불방 시킨데 이어 ‘TV쇼 진품명품’ 진행자를 제작진과 협의 없이 교체하고 이에 반발한 담당 PD까지 강제 인사 발령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1일 성명을 통해 사측이 ‘진품명품’팀의 김창범 PD를 비제작부서인 방송문화연구소로 인사 조치했다고 밝혔다. 새노조는 “낙하산 MC를 기용하기 위해 제작 PD를 교체하는 것은 방송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절차적 하자가 많은, 문제적 진행자 선정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PD를 교체한다면 과연 어떤 PD가 제대로 프로그램 제작에 몰두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성토했다.
KBS는 지난달 21일 시행된 가을개편에 따라 ‘진품명품’의 진행자를 윤인구 아나운서에서 김동우 아나운서로 교체했다. 그러나 새노조와 KBS PD협회 등은 이번 MC 교체가 제작진과의 협의 없이 밀실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김동우 아나운서는 ‘MC 선정위원회’라는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선정됐다고 주장하지만, MC 선정위란 공식적인 조직이나 절차로 볼 수 없다는 게 새노조 등의 주장이다. 이들은 특히 “절차뿐만 아니라 김동우 아나운서의 행적을 볼 때 그가 KBS의 대표적인 장수 프로그램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BS는 지난달 31일 MC를 교체한 상태로 ‘진품명품’ 녹화를 그대로 강행했고, 이에 반발하는 제작진 사이의 충돌로 녹화가 급기야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사측은 이날 프로그램 녹화를 진행하는 스튜디오 입구를 사내 경비 인원을 동원해서 막는 유례없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김창범 PD에 대한 인사 발령은 녹화 중단 사태 직후 이뤄졌다.
새노조는 “제작에 대한 사측의 부적절한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편성규약에서 보장하는 제작진의 권한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면서 인사 명령을 내리는 것은 제작 자율성 침해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작본부의 간부들은 후배PD를 부당하게 내쫒는 한이 있어도, 프로그램이 속절없이 망가지더라도, 알량한 본부장, 국장, 부장 자리는 지키고 싶다는 말인가”라고 성토하며 “이 총체적 부조리극을 당장 끝내지 않는다면 파멸로 가장 먼저 치달을 사람은 길환영 사장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와 관련 KBS는 공식 입장을 통해 “인사권은 경영진의 고유권한이며 이번 인사는 회사의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MC 교체와 관련해 제작진과의 의견차가 있어 일단 CP와 팀장에게 연출권을 맡긴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방송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 내려진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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