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직원 세습 채용 합의서
제272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KBC광주방송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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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C광주방송 김재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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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몇 안 되는 소위 ‘좋은 직장’ 가운데 하나인 기아차에서 수년 만에 수백 명 단위의 신규 채용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올해 초였다. 일주일동안 지원자만 3만명 이상이 몰리면서 지역 사회 전체가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기아차 광주공장 노사가 정규직 자녀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채용에 불공정 논란을 빚어왔던 세습 채용 규정이 들어간다는 소문에 취재는 시작됐다.
사실 확인은 녹록치 않았다. 지난 2011년 현대차 노사도 세습 채용 규정을 합의했다가 비정규직들의 거센 반발과 사회적 논란이 확산된 바 있었기 때문에 기아차 노사는 보안유지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제한된 취재상황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정규직노조와 사측이 작성한 신규채용 시 장기근속자 자녀 가산점 합의 문건을 확보하면서 취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사측과 정규직 노조, 비정규직 노조 구성원들을 끊임없이 접촉하고 설득해 가며 신뢰를 얻은 것이 주효했다.
문건이 공개된 이후 타 언론들의 보도가 폭주했고 기아차 공장을 둘러싼 긴장감은 더 높아졌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사측과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소극적으로 대응한 정규직 노조, 허탈감과 배신감에 휩싸인 비정규직 근로자들.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는 계속됐다. 특히 노사 합의 과정에서 비정규직 전환 문제를 외면했던 정규직 노조가 자신들의 자녀에 대해서만 가산점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수위는 높아졌다.
이후 비정규직 노조 간부의 분신과 정규직 노조의 입장 선회, 현대차 노조와의 연대에 이르기까지 이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했다. 기아차 채용 대물림에 대한 보도 이후 한 달 반의 시간이 흘렀다. 노조와 회사는 아직 어떤 가시적인 합의도 이끌어 내지 못했다. 한동안 들끓었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다소 느슨해졌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관심을 새롭게 이끌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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