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기 이하 기자들 임명동의안 부결 영향…다양한 평가·전망 엇갈려 대표이사의 사의 표명과 임원들의 설득, 번복. 임원들의 보직 총사퇴. 새 편집국장 임명. 임명동의 투표에서 부결. 대표이사의 사임. 지난달 30일 임원회의에서 정태기 사장이 사의를 밝히면서 시작된 한겨레의 일련의 사태는 숨가쁘게 진행됐다.
정태기 사장의 퇴진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이번 사태는 어떤 의미든 한겨레의 앞날에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평가와 전망도 서로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장의 독단에 대한 젊은 기자의 비판의식이 부결을 가져왔다며, 한동안 잠재돼왔던 노장-소장 그룹 간의 경쟁과 한겨레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논쟁이 사장 퇴진이라는 예상치 못했던 사태를 맞아 다시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일부 젊은 기자들은 사장이 임기 중 세 번이나 국장을 교체한 것은 독단의 결과라며 임명동의 부결과 퇴진은 당연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 사장이 모든 것을 편집국의 잘못으로만 돌리려고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번 정 사장 퇴진에는 실제 젊은 기자들의 힘이 많이 작용했다. 부결에 많은 표를 던진 층은 1999년 입사한 11기 이하 가장 젊은 세대의 기자들로 보인다.
최근 금속노조 의견광고 거부 문제가 불거졌을 때 한겨레의 정체성 문제를 집중 제기한 것도 14기 이하의 젊은 기자들이었다.
이들은 정 사장의 편집국장 전격교체에 대해서 비판적이었으며 일부는 별도로 성명을 내기도 했다. 투표 보이코트까지 주장했다.
이들은 앞으로 새 대표이사 선출 과정에서도 노장 그룹과 소장 그룹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04년 사장 선거 당시 이뤄졌던 노장 그룹과 소장 그룹 간의 구도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 경영진을 중심으로 한 ‘진보와 보수가 모두 인정하는 공정한 언론’이라는 콘셉트와 좀더 진보적인 원칙과 가치를 선명하게 내세워야 한다는 소장그룹의 주장이 한겨레의 미래와 정체성에 대한 논쟁을 가열시킬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어서, 사장 퇴진도 목적의식적인 편집국 여론의 결과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앞으로의 국면 전개도 복잡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임명동의 투표 부결이 조직적이고 의식적인 움직임의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젊은 기자들 사이에서는 “경영진에 경고 메시지를 던진다고 생각했는데 예상 밖으로 부결이란 결과가 나왔다”고 놀라워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004년 선거 당시, 한겨레 창간이후 20년을 주도해왔던 노장 그룹과 논쟁을 주도했던 세력은 386세대를 중심으로 한 소장 기자들이었으나 이번 사장 퇴진 과정에서는 그들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거론된다. 주로 11기 이하의 ‘신세대’를 중심으로 부결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에 이후 과정에서도 이들이 단일한 세력으로 일치될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기자들은 편집국장 임명동의 투표와 사장 선거는 다르다고 말한다. 국장 투표는 편집국의 의견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사장 선거에는 기자는 물론 비 편집국의 상이한 입장이 개입된다. 임명동의 투표의 양상이 그대로 사장 선거로 이어진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회사의 안정적 운영을 바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편집국장 전격 교체 당시의 ‘패닉’에 가까웠던 편집국 분위기와 달리 임명동의 투표에서는 찬반이 가깝게 나왔다는 것이다. 경영상태를 호전시킨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회사가 혼란에 빠진 데 대해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는 목소리도 있다.
편집국의 한 기자는 “예상 밖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다양한 주장이 교차하고 있다”며 “앞으로 대표이사 선거 국면에서는 더 많은 변수가 예상되며 또 다른 양상을 띨 것 같다”고 말했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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