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11월15일 영화관에서 관객을 만나는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 포스터<사진> 문구다. 다큐멘터리를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품었을 것이다.
경남 진주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며 번 돈으로 나눔을 실천해온 김장하 선생을 조명한 MBC경남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영화로 제작돼 개봉한다. 137분짜리 2부작 TV 다큐멘터리를 105분짜리로 편집해 만든 영화 버전으로, 방송에서 다루지 않았던 미공개 장면과 새로 편집한 에피소드도 담겨 있다.
‘어른 김장하’는 기획 단계에서 영화 제작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촬영 당시부터 영화에 적합한 24FPS(초당 24프레임)로 모든 장면을 찍었다. 애초 극장에서 상영할 계획이었는데, 차질이 빚어져 먼저 방송으로 내보냈다.
지난해 12월31일과 1월1일 MBC경남을 통해 전파를 탄 ‘어른 김장하’는 “진정한 시대의 어른이 무엇인지 일깨워줬다”는 호평을 받으며 이달의 좋은 보도상,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제35회 한국PD대상 작품상, 백상예술대상 TV 교양부문 작품상, 제50회 한국방송대상 다큐멘터리 TV 부문상 등을 수상했다.
‘어른 김장하’를 감독한 김현지 MBC경남 PD는 지난 13일 통화에서 “영화에는 자신의 선행을 숨기려는 김장하 선생과 그 선행을 알리려는 김주완 기자의 취재가 창과 방패의 대결처럼 보이도록 스토리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김 PD는 “김장하 선생을 통해 인생이 바뀐 분들, 그분들이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부분, 그 모습에서 우리가 가는 방향을 찾았으면 한다”며 “‘좋은 사람이 되면 손해 본다’ ‘나만 손해 볼 필요 있냐’는 인식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영화판 ‘어른 김장하’가 늦어도 사부작사부작 걸어가면 더 행복하다는 위로를 주면 좋겠다”고 했다.
김현지 PD와 함께 김장하 선생을 취재하고 그 기록을 책(줬으면 그만이지)으로 펴낸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김장하 선생 얘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줘 고마운데,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면서 “방송보다 영화가 더 긴장감 있고 역동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에서는 자신의 선행을 감추려는 김장하 선생과 그걸 찾아서 취재하려는 기자의 대립구도를 강조하려고 했다는데, 제가 김장하 선생보다 부각되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도 했다.
김 기자는 근황을 묻자 “여기저기 요청이 많아 강연을 다니고 있다”며 “김장하 선생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 존경받을 만한 어른들이 많다. 그런 분들에 대해 취재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판 ‘어른 김장하’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램에 초청을 받아 지난 6일 부산시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 야외무대에서 처음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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