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컷' '여대'니 메달 박탈? "기사 가치나 있는 주장이냐"

안산 선수에 대한 일부 커뮤니티 혐오 발언 옮겨
"조회수 노린 인권침해" "언론이 갈등 키워" 비판

  • 페이스북
  • 트위치

<“여대에 숏컷…페미냐” 금메달 딴 안산 헤어스타일 갑론을박> (중앙일보)
<“‘페미’ 안산 메달 반납해야” vs “선수 보호해야” 갑론을박> (파이낸셜뉴스)
<양궁 올림픽 2관왕 안산 두고 ‘페미니스트 논란’> (연합뉴스)


양궁 올림픽 국가대표 안산 선수의 헤어스타일과 출신 대학 등을 빌미 삼은 인신공격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이런 혐오와 차별을 확산하는 데 언론이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29일 ‘여성 선수에 대한 혐오 확산 나선 언론, 부끄러움을 모르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의 차별과 혐오 발언을 기사화하고 심지어 의견 대립으로 확산시키는 기사들을 가리켜 “과연 이런 기사가 뉴스로서 가치가 있느냐”고 물었다.

 

안산 선수에 대한 공격과 이에 대한 반박을 '갑론을박' '페미 논란' 등으로 보도하는 기사들. 빅카인즈 검색 결과 갈무리.

성평등위원회는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은 사실도 아니거니와 여성과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와 비아냥일 뿐이다. 이런 글들이 뉴스로 기사화되면서 해당 커뮤니티의 관련 게시물들을 더욱 증폭시켰고, 또 다른 혐오 발언들을 인용하는 기사의 대량 송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순식간에 발생했다”고 지적하면서 “대량의 뉴스가 생산되는 올림픽 기간을 노려 조회수를 높이려는 인터넷 커뮤니티발 기사 작성과 유포는 심각한 인권침해이자 저널리즘 윤리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성평등위원회는 “지금도 안산 선수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의 혐오와 차별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강력하게 요구한다”면서 “안산 선수에 대한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의 혐오와 차별 발언을 옮겨 쓴 기사를 모두 삭제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성평등위원회가 설치된 언론노조 산하 지본부는 안산 선수에 대한 자사의 기사가 차별과 혐오를 확산할 위험이 없는지 확인하고 점검하라”고 촉구했다.

“어이없는 논란, 차라리 외신서 보도해주길…한국 언론 도움 안 돼”

같은 날 언론인권센터도 논평을 통해 안산 선수가 페미니스트로 의심되니 메달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논쟁거리가 된 것은 “언론이 이를 ‘페미니스트 논란’, ‘헤어스타일 갑론을박’ 등의 제목으로 보도하면서”라고 지적하며 “언론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네티즌들의 행동을 지적하고 젠더 갈등을 봉합하는 방향을 제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나서서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숏컷도 페미니스트도 논란거리가 아니다. 일부 네티즌들에 의해 논란이 된 상황에서 이를 불식시킬 수 있는 주체 중 하나는 모순적이게도 ‘언론’이다. 하지만 몇몇 언론에서는 오히려 ‘페미니스트 논란’ ‘갑론을박’ 등의 단어들을 사용해 논란의 몸집을 키우고 있다”면서 “지금과 같은 용어 사용은 일부 네티즌들의 생떼와 같은 주장을 하나의 의견으로 인정해 주는 꼴”이라고 했다.

이어 “일부 네티즌이 주장하는 페미니스트 ‘논란’에 언론이 집중하면서 선수가 오랜 시간 노력한 결과는 한순간에 잊혀졌다. 선수의 땀과 시간을 외면할 만큼 ‘숏컷’이 중요한 이슈였는지 언론 스스로 돌이켜보길 바란다”면서 “한국 언론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 악의적인 페미니스트 ‘논란’에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이 어이없는 논란을 차라리 해외 언론에서 보도해주길 바라고 있다.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을 확장하는데 한국 언론이 일말의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민들은 이미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