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의 미로 - 이문영 한겨레신문 기자

[단신/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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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초,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건물에서 주민들이 강제퇴거를 당하는 ‘작은 사건’이 있었다. 쫓아내는 철거용역들과 버티는 주민들 간에 격렬한 충돌도 없고, 소위 ‘그림 되는’ 사건도 없어 대다수 언론이 주목하지 않았던 이 일을 저자는 5년 넘게 붙들고, 추적하며, 썼다.


당시 한겨레21에 1년 넘게 연재한 ‘가난의 경로’를 씨앗 삼아 ‘이후 4년’의 변화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어지는 가난한 일상을 기록했다. 그 5년의 시간 동안 45명의 쪽방촌 거주자 중 9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남았다. 그 이야기들을 저자는 문학의 언어로, 한편의 장편 소설처럼 읽히게 썼다. 그렇게 쓰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사람들과 이야기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가난을 흠집 내지 못하고 구경하기만 한 이 책은 그러므로 실패의 기록”이라고 고백하며 “이 세계가 퇴치했다고 믿고 싶어 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을 ‘가난의 속’은 이 부끄러운 기록을 딛고 계속 탐구돼야 한다”고 말한다. 오월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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