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심야의 터널에서 여인을 마주치다
같은 동네에 오래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다. 10년이 넘은 일이다. 토요일 밤, 혼술이 아니라 혼자 영화를 보러갔다. 지금은 제목도 기억이 나지 않는 영화. 하지만 뭔가 격정을 이끌어낸 작품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집까지 걸어가겠다는 비이성적 판단을 내렸으니까. 사실 그리 먼 길도 아니다. 걸어서 대략 40~… - 2017-04-19
후원하는 자선단체를 바꾸려는 이유
개인적으로 자선단체 한 곳을 정기후원 하고 있다. 국내 및 국제 난민구호를 목적으로 하는 비정부 기구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거창한 목표까지는 아니고, 그냥 공동체에 대한 일말의 책임과 부채감 정도라고 정리하자. 미미한 수준의 기부지만 그래도 늘 의문이 있었다. 내 기부는 과연 제대… - 2017-03-08
겨울에 자전거 타기
그러니까 이건 어떤 자학에 대한 고백이다. 겨울에 자전거 타기. 왜 쩡 소리나는 겨울 맞바람을 사서 맞는지 이해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 엄살에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속내를 털어놓자면, 이건 어떤 쾌락에 대한 고백이다. 맨 몸으로 도심의 속도와 푸른 공기를 누리는 기쁨에 대한. 뭐 남들 다 타는 자전거, 뭐 그… - 2017-01-18
이 겨울에 읽을 만한 소설 두 권
시침 뚝 떼고, 겨울에 읽을 만한 소설 이야기를 해 보자. 일주일에 소설 한 편 읽을 시간마저 없다면 그게 사는 건가. 나라는 나라대로 바꾸고, 나는 또 나대로 살찌워야 할테니. 우선 읽고 나면 따뜻해지는 단편과 읽는 내내 낄낄거리게 되는 장편을 하나씩 추천한다. 성석제의 ‘믜리도 괴리도 없시’(문학동네… - 2016-11-30
노벨문학상 야근, ‘쟁이’들의 밤
어쩌면 이 글은 기자협회보에만 어울리는 글이 될 것 같다. ‘선수’들의 푸념이나 사소한 자기만족에 가까운 글이 될 테니까. 주제는 노벨문학상 취재의 그 때와 지금. 16년 전 일이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발표는 10월의 첫 주 혹은 둘째 주 목요일 밤 8시. 2000년 10월의 그 밤, 나는 10년 선배를 모시고 문학… - 2016-10-19
글 잘쓰는 의사를 편애하는 이유
고백해야 할 일이 있다. 글 잘 쓰는 의사들을 편애한다. 아마 시작은 아툴 가완디였을 것이다. 지난해 봄, 그가 쓴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국내에 번역됐다. 가완디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윤리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하버드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철학자이자 의사. 그의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제목… - 2016-08-31
혁명을 팝니다
유머 없는 진지함은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최근 다녀온 쿠바 출장에서 풍자로 승부하려는 풍경 하나를 만났다. 아바나 혁명기념관의 한 전시조형물. 실물 크기의 초상을 만화 스타일로 그린 뒤, 촌철살인의 한 줄을 적어 놓고 있었다. 우선 1959년 쿠바 혁명의 실질적 화인(火因)이었던 쿠바의… - 2016-07-06
기부로 만드는 책 ‘올재 클래식’
고전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당신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기부로 만드는 책, ‘올재 클래식’. 슬로건은 ‘Share the Wisdom, Change The World’. 우리 말로 풀면 ‘지혜를 나눠, 세상을 바꾸자’ 정도 될까. 조선일보 Books 지면에 올재 클래식 이야기를 꺼내면서, “1등만 기억… - 2016-05-25
책은 나를 바꾸고, 나는 삶을 바꾼다
곧 나올 책의 서문을 쓰다가 유년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초등학교 입학 후 한 학기를 마저 채우지 못하고 떠났던 가족의 이사. 학교를 한 해 일찍 들어갔던 7세 소년은 이사 당일 증발했다. 포장이사가 아직 미래의 용어였던 시절, 짐 나르느라 정신없던 부모는 아들의 잠적 혹은 납치를 눈치 채지 못했다. 뒤늦… - 2016-04-13
‘루트 66’을 달리며 기자생활 20년을 돌아보다
냇 킹 콜의 ‘루트 66’은 이렇게 시작한다.“If you ever plan to motor west, (자동차를 타고 서쪽으로 갈 계획이라면) Travel my way, take the highway that’s the best.(내가 권하는 길로 가세요. 최고의 고속도로를 타세요) Get your kicks on route sixty-six.… - 2016-02-24
광화문 부대찌개 할머니의 메리 크리스마스
철모르던 유년시절,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역시 직장을 다닌다면 광화문이 아니겠냐고. 80년 즈음, 셈 빠른 엄마따라 강남 전학가는 친구들을 물끄러미 목격하면서도, 역시 서울의 핵심은 광화문이라는 판타지를 버리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광화문에서 신문사를 다닌 지 20년이 넘었다. 얼마 전 좋아하… - 2015-12-23
‘응답하라 1988’과 ‘김연수의 기레빠시’
여고생들의 입에서 그런 원망의 합창을 들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A여고에서 특강을 한 월요일 밤의 일이었다. 심야자율학습까지 반납한 책 좋아하는 여고생과 학교 도서관 선생님의 요청이었다. 책읽기와 글쓰기가 주제였는데,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화제로 이야기가 흘렀다. 여… - 2015-11-18
‘좋아하는’ 일과 ‘작은’ 성공
최근 동덕여대에서 특강을 할 기회가 있었다. 2학년 학생 450명을 대상으로 한 교양강의였는데, 당연히 처음에는 사양했다. 여고 문예반 시화전에 초대받았다가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돌아왔던 고교 시절의 참사가 생각나서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소위 ‘헬조선’ 시대를 살고 있다는 우리 시대의 청춘들… - 2015-10-14
문화부 기자가 ‘회장님’을 부러워할 때
군산에 다녀왔다.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임원선)의 ‘인문열차, 삶을 달리다’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인문 강연과 현지 답사를 병행하는 연간 프로그램인데, 8월 강연이 기자의 차례였다.일제강점기와 근대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대표적 개항지라는 이유만은 아니다. 광복 70주년을 맞는 8월의 공간으로 어… - 2015-08-26
신문 책 지면은 왜 비슷하냐고 묻는 당신에게
지난 주 어떤 외부 특강에서 ‘글쓰기’를 주제로 강의하다가 이런 도전적 질문을 받았다. “왜 일간신문의 북섹션(혹은 책 지면)은 대체로 비슷한 건가요. 혹시 메이저 출판사들의 로비 때문인가요.”한 번 만들어진 프레임과 선입견은 이렇게 강력하다. 신문 책 지면을 꼼꼼하게 읽어본 독자라면 알겠지만 올… - 201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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