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시청자위원이 극우집회 현장에서 위협을 받은 YTN 기자들에 대해 “비굴하게 도망치는 모습”이란 발언을 하면서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해촉을 요구하고 나섰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지난 24일 성명에서 “1월23일 YTN 정기 시청자위원회에서 한 시청자위원이, YTN 기자가 극우 집회에서 위협을 받고 자리를 피하는 동영상을 틀면서 ‘비굴하게 도망치는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줄행랑’이란 경멸적 표현도 썼다”며 “해당 시청자위원은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대외협력단장 출신 석우석 씨”라고 밝혔다.
YTN지부가 입수한 해당 1월 회의 중 비공개 발언 등에 따르면 석 위원은 이날 극우 집회 참가자로부터 위협을 피하는 YTN 취재진 영상을 보이며 “기자들이 줄행랑치는 모습이다. 여기 안타깝게도 YTN 기자도 포함돼 있다”, “YTN 기자가 영상물에 찍힌 모습을 보면 아주 비굴하게 도망가는 모습이 찍혀 있다” 등 발언을 했다. 타사인 MBC와 관련해선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도망치는 MBC 기자를 본 적이 있다며 “제가 어른이 아니고 저 청년 같은 아이들의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아마도 먼저 나서서 밟아버리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YTN지부는 이 같은 발언의 부적절함과 더불어 시청자위원으로서 석 씨의 자격을 지적했다. “내란 사태 이후 YTN 취재진은 집회 현장에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비호하는 극우 세력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고, “온라인에 신상이 공개되고, 이른바 ‘좌표’ 찍어 조리돌림하는 야만에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발언이란 것이다.
아울러 “윤석열 정권 언론 장악 선봉대 역할을 했으며, 방심위 청부민원에도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단체 출신 인사가 시청자위원으로 위촉되는 게 적절하냐고도 꼬집었다. YTN지부는 “시청자위원회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부여한 의무사항으로, 사회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돼 다양성을 구현해야 한다”며 “방통위 설치법이 규정한 전문 분야에 극우 세력은 없다”고 비판했다.
문제적 발언을 삭제한 채 회의 속기록을 공개한 사측도 비판 대상이 됐다. YTN지부는 “사측은 위협을 받고 현장을 이탈한 기자를 도망쳤다고 표현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그러자 석 씨는 ‘피한다’는 말로 속기록에 적어달라며 자신의 발언을 순화하려 했고, 실제로 오늘 메일센터에 공개된 속기록에는 관련 발언이 대부분 삭제됐다”며 “해촉은커녕 문제의 발언을 감추는 방식으로 김백 사장과 ‘공언련 동문’ 격인 석 씨를 비호했다”고 평가했다. 공언련은 김백 YTN 현 사장이 초대 이사장을 지냈던 단체이기도 하다.
YTN지부는 해당 속기록에 담긴 사측 인사들의 “유진그룹이 이제 주인 기업이다”, “저희들이 대선 때처럼 불공정 보도를 하고 있다는 그런 오해”, “기계적 중립은 기본을 깔고 그 위에 우리의 관점”, “사주의 언론 철학이 반영이 되는 부분도 있다” 등 발언의 문제 소지를 지적하기도 했다. YTN지부는 “‘사주의 언론 철학’ 운운하는 보도본부장이나, 최대주주를 주인으로 표현하는 전무나 모두 자격 없다”며 “시청자위원 석 씨도 자격 없다. 회사는 석 씨를 당장 해촉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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