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액 없이 감액만 반영된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언론계 예산도 큰 폭으로 삭감됐다. 국회 상임위별 예비 심사 과정에서 예산 상당 부분이 복원됐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치며 당초안대로 크게 줄거나 지원 목록에서 삭제된 것이다. 공적 가치를 강조하며 안정적 재원의 필요성을 설득했던 언론사들은 망연자실한 상황이 됐다.
국회는 10일 본회의를 열고 총지출 673조3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감액만 반영된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결위원장인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본회의 제안 설명에서 “증액 심사가 기한 내 원활히 마무리되지 못하게 됐다”며 “이에 정부 예산안이 또다시 자동 부의되어 예결위의 심사를 우회하기보다는 국민과의 약속대로 법정 시한을 준수해 예결위 내에서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 판단했다. 그 결과 정부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감액 부분에 대해서만 의결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올해에 이어 또다시 삭감된 언론계 예산안을 9월 초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가운데 KBS의 ‘대외방송 송출지원’ 사업과 ‘대외방송 프로그램 제작지원’ 사업은 모두 지난해 예산을 복원했지만, EBS의 경우 ‘프로그램 제작지원’ 사업 예산이 올해보다 27억1000만원 줄어들고, ‘방송인프라개선’ 사업 예산 역시 1억1200만원 감액됐다. 지난해 279억원이었다가 올해 50억원으로 줄어든 연합뉴스의 ‘정부 구독료 지원’ 사업 예산도 별도 증액 없이 50억원으로 편성됐다.
다만 상임위 심사 단계에선 삭감된 언론계 예산 상당 부분이 복원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EBS 프로그램 제작지원 사업의 경우 인공지능, 과학, 문학과 관련한 신규 프로그램 제작이 필요하다며 30억원을 추가 증액하고, TBS에도 라디오 콘텐츠 제작 지원비로 25억원을 신규 지원하는 내용을 의결했다. 또 아리랑국제방송, 국악방송 지원 사업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이 필요하다며,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이를 지역 중소방송 콘텐츠 경쟁력 강화 사업에 돌려 217억9200만원으로 편성하기도 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역시 50억원으로 줄어든 연합뉴스의 정부 구독료 지원 금액을 예산 심의를 통해 254억4300만원으로 증액했다.
그러나 국회의 권한인 감액과 달리 증액은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고, 정부가 이에 합의하지 않으면서 결국 예결위는 상임위의 증액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본회의에서도 대부분의 언론계 예산이 정부안 그대로 확정됐다. 과방위가 “광복절 기미가요 논란 속에 정확한 제작 계획 없이 증액 편성했다”고 지적한 KBS 대외방송 프로그램 제작지원 사업만 원안과 달리 8000만원 삭감됐다.
공적 가치를 강조하며 안정적 재원의 필요성을 설득했던 언론사들은 삭감된 예산안에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EBS 관계자는 “방송통신 시장의 환경 변화와 TV 수신료 분리징수 등으로 EBS는 비상경영의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영방송임에도 전체 예산의 70% 이상을 상업적 재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시청자들을 위한 공적 가치를 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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