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을 탄핵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한다. 야당 의원들은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위헌적인 계엄령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호하고 있다며 친내란 인물이라고 규탄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개정안을 안건에 올렸다. 명목상 민간 독립기구인 방심위를 장관급 국가기관으로 바꾸고, 이에 따라 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하고 탄핵안도 의결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이날 과방위는 전체회의 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5명이 발의한 방통위법 개정안을 심사해 단일한 안으로 합쳤다. 여당 의원들은 방심위원장 탄핵 법안을 추진하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항의하며 퇴장했고 이어진 전체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헌법은 탄핵소추 대상을 공무원으로 한정한다. 우리나라는 방송과 통신에 대한 규제 기능이 방통위와 방심위로 이원화돼 있고 방통위만 정부 기관으로 규정돼 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8월부터 탄핵 심판을 받고 있다.
전체회의에서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저는 ‘탄핵’이 아니라 원래 ‘해촉’으로 발의했었다. 민간기구의 독립적 지위를 주기 위해서였다”며 “그런데 방심위는 윤석열 정권 집권 이후 언론장악 기구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방심위를 국회가 견제하려면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국가기관으로 만드는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심위가 정부 기관이 되면 국가가 직접 언론을 심의하고 제재하는 셈이 된다.
의원들은 특히 5일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한 민주노총 사이트를 삭제하기로 의결한 데 대해 내란 수괴를 옹호하고 동조한 행위라며 질타했다.
과방위 소속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전하는 방법을 안내한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 것 자체가 류희림이 반국민, 친내란 인물임을 증명한다”고 규탄했다.
야당 의원들은 KBS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의원들은 성명에서 “KBS의 일부 보도 책임자는 12.3 비상계엄 선포 때부터 국민의 편에 서는 국민의 방송이길 포기하고 윤석열의 비상계엄이 얼마나 심각하고 불법적인지 지적하길 주저했다”며 “일선 기자들의 특별취재팀 구성 요구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법 개정안은 절반이 넘는 의석을 가진 야당이 단독으로 의결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참여를 기다리기로 하고 법안을 계류시켰다. 윤 대통령 탄핵안을 앞으로 본회의에서 다시 가결시키려면 여당 의원들의 협조도 필요한 상황에서 속도를 조절하는 모양새다.
과방위는 13일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현안질의를 열고 9일로 임기를 마친 박민 KBS 사장과 박장범 신임 사장,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과 류희림 방심위원장 등을 증인으로 부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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