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사장 "영원한 KBS인으로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

9일 이임사… "전례없는 위기서 KBS 구하고 새 도약 토대 마련"
언론노조 KBS본부 "함께해서 더러웠다, 다신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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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임기를 마친 박민 KBS 사장이 “최근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로 조성된 정치적 사회적 혼란기에 공영방송 KBS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임사를 밝혔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관련해 KBS가 뉴스 편집, 내용에서 “내란의 공범으로 몰려도 할 말이 없을 정도”(KBS 기자협회 성명)의 부실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안팎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입장이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제공

박 사장은 별도 이임식 없이 사내게시판에 이임사를 올려 “KBS인은 정확성과 불편부당이란 가치를 어떤 상황에서든 사수해야 하고, 특정 정파나 특정 노조,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라 공영방송 KBS인로서 주체적인 입장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언제 어디서든 영원한 KBS인으로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경영 성과로 △수신료 분리 고지를 포함한 3대 위기 극복 △방만 경영 혁신을 통한 2024년 적자 규모 절반 축소 △미래 비전을 위한 조직개편안 확정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 강화 △공영방송 정체성 확립을 위한 다양한 조치 등을 들며 “사내외에서 다양한 평가들이 나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전례 없는 위기에서 KBS를 구하고 새로운 도약의 토대를 마련한 성과로 KBS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보궐 사장으로 취임한 박 사장은 임기 시작 전부터 KBS 구성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박 사장이 연임에 도전할 당시인 올해 10월 KBS 기자협회는 성명을 내어 “지난 1년간 용산만 바라보는 모습”을 보였다고 질타하며 “세월호 프로그램 불방, 극우 유튜버의 시사프로그램 진행, 막무가내식 뉴스앵커 교체와 조직개편 등 내로남불식 언행은 넘치고도 남는다. 그 사이 프로그램 경쟁력도, 뉴스의 경쟁력도, 회사의 재정상황도 뭐 하나 바닥이 아닌 것이 없다”고 연임 반대 입장을 낸 바 있다.

박 사장 본인의 치적으로 거론한 ‘조직개편’도 기술본부·제작1본부 팀장단 69명이 대규모 보직 사퇴를 할 정도로 강한 반발이 나온 사안이었다. 그러나 박 사장 임기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9월25일 KBS 이사회는 여권 이사들 단독으로 박민 사장이 제출한 조직개편안을 통과시켰다.

박 사장은 이임사에서 “조직개편의 시행을 앞두고 있다. 보다 과감한 조직 개편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채널 플랫폼과 수신료, 그에 기반한 기득권과 특권의식을 혁파하지 못하면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역할 중 절반을 포기하는 것이고 결국 세계 미디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14일 박민 KBS 사장이 취임날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KBS제공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성명을 내어 “지난 1년, 박민의 시간은 KBS 역사의 흑역사가 됐다”며 “함께해서 더러웠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했다.

KBS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방송 문외한이면서도 ‘대통령의 술친구’라는 이유 하나로 사장 자리를 차지해 KBS의 명예를 더럽혔고, 공영방송에 대한 얄팍한 철학조차 없이 경쟁력, 시청률, 대외 이미지 모두 추락시킨 자가 박민”이라며 “KBS를 정권에 헌납한 역대 사장 중에서도 가장 악질적이고 최고로 무능력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낙하산 박민은 마지막까지 이임사에서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했다. KBS 구성원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애지중지 소중하게 관리해오던 우물에 독을 탄 사람이 할 말은 아니”라며 “KBS본부는 마지막 노사협의회 자리에서도 수신료 통합고지를 위해 노력하라고 요구했지만 박민은 ‘KBS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는 말을 내뱉기만 했다”고 지적했다.

또 KBS본부는 “노사협의회에서 노동조합 간부들이 바로 앞에 있는데도 직원을 잘라버린다는 막말을 일삼던 박민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며 “영원한 KBS인이 되겠다던 박민은 금일 자정까지인 국가기간방송 KBS사장으 로서의 임기를 채우지 않고 오전 10시에 조기 퇴근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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