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계엄령을 선포했다가 6시간 만에 거둬들인 뒤 대부분의 언론이 이번 일을 ‘비상계엄 사태’로 표현해 전하는 가운데 일부는 ‘내란’이나 ‘쿠데타’로 명명해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오마이뉴스는 5일 오전 알림을 내고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 금지’를 적시한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1항과 이후 무장 계엄군의 국회 난입은 헌정질서 파괴 행위로 명백한 ‘내란’ 행위”라며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 무장군인 난입 등 일련의 사건을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명명한다”고 밝혔다.
인천투데이도 이날 오후 “일련의 사건을 ‘12.3 내란 사건’이라고 부르기로 한다”고 알렸다. “국무회의 심의를 제외하면 어떤 절차와 정당성 없이, 국회에 통고도 없이 일방적으로 계엄을 선포”했고 “법적 근거도 없이 포고령으로 국회와 정당 활동을 금지”한 일 등이 “명백한 내란”이라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하루 앞서 5일부터 신문 1면에 있는 지면안내와 안쪽 면머리에 ‘불법 계엄’ 표기를 시작했다. 기사 본문에서는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가장 먼저는 시사IN이 국회에 계엄군이 들이닥친 4일부터 이번 사건을 ‘12.3 쿠데타’로 표현했다. 형법에 적힌 표현은 내란이지만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내란과 쿠데타를 나란히 적기도 하는 등 두 용어를 크게 구분하지는 않는다.
시사IN은 이틀 뒤인 6일에는 성명을 내고 “우리는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시민들의 선거로 구성된 대한민국의 합법적 권력구조를 폭력적으로 전복하기 위한, 반(反)대한민국적이고 반(反)자유민주주의적인 반란이자 반역으로 규정하며 ‘12·3 쿠데타’라 부르기로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MBC는 윤 대통령이 자기 안위를 지키려 했다는 뜻으로 ‘친위 쿠데타’ 용어를 쓰고 있다. 5일 저녁 ‘뉴스데스크’에서 조현용 앵커는 계엄령 선포를 “국민을 적으로 돌린 내란적 친위 쿠데타” “계엄을 빙자한 친위 쿠데타”라고 표현했다. MBC는 기사 본문에서도 “변명의 여지 없이, 치밀한 사전 모의 하에 시행된 친위 쿠데타”라고 표기하기도 했다.
JTBC는 내란 표현을 쓰면서도 단정적이지 않으려 했다. 한민용 앵커는 5일 저녁 ‘뉴스룸’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계엄 수준을 넘어 사실상 내란을 의도한 게 아닌지 따져봐야 할 사실들을 여럿 취재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계엄군의 증언을 전하며 ‘위헌적’ ‘사실상 내란’ 등 비교적 유보적인 표현을 쓴 것이다.
헌법 질서 어지럽히려 했다면 내란죄 해당… 미수범도 처벌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의 성격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내란, 쿠데타로 정의하지만 여당 의원들은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계엄의 위헌, 위법 여부가 법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섣부르게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육군 소장 출신인 같은 당의 강선영 의원은 “국헌문란이 목적이었다면 그렇게 허술하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내란에 해당할 정도로 완전히 국회를 차단하고 비상계엄 해제를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형법상 내란죄는 권력을 차지하려 할 때뿐만 아니라 헌법 질서를 어지럽히려 했을 때 적용된다. 헌재는 1995년 '성공한 내란도 처벌할 수 있다'고 결정하며 국헌문란의 뜻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거나 의회제도의 부인” 등으로 해석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를 장악하려 무력 투입을 직접 지시했다면 국헌문란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내란죄는 미수범도 처벌한다.
계엄군을 움직인 것을 내란죄의 요건인 ‘폭동’으로 볼지도 쟁점이다. 임재성 변호사는 5일 한겨레 칼럼에서 대법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내란을 인정한 판결을 인용하며 이번 사태도 폭동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대법원 판결에서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 것만으로도 내란죄가 인정”되었다며 윤 대통령이 “오직 정권의 안위를 위해 비상계엄 자체를 선포한 것이라면 내란죄에 해당함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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