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른바 ‘50억 클럽’의 일원인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과 홍 회장에게 돈을 건넨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두 사람은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구했다.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단독(이춘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이 홍 회장과 김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홍 회장은 2019년 10월 김씨에게 50억원을 빌렸다가 3개월 뒤 원금만 갚아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로 8월 김씨와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홍 회장이 이자 1454만원을 면제받아 김씨에게 그만큼의 이익을 제공받은 셈으로 보고 이자 전액 추징도 구형했다. 청탁금지법에 따라 언론인은 이유를 막론하고 1회에 1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으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제공자도 똑같이 처벌한다.
홍 회장과 김씨는 검찰의 공소사실 전부를 인정했다. 다만 홍 회장 측은 금전거래의 성격이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과는 무관한 점을 참작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장동 사건이 보도되기 시작한 2021년 8월 전에 이미 원금을 갚았고 돈을 빌린 목적도 순전히 사적이었다는 것이다.
홍 회장 측 변호인인 머니투데이 고문변호사는 “홍 회장 본인은 돈이 필요하지 않고 가족들의 자금이 필요해서 ‘김씨에게 돈을 빌려도 문제가 없겠느냐’고 문의했고 ‘다 갚으면 문제가 되겠느냐’고 조언했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김씨에게 배우자와 아들 명의로 25억원씩 빌렸다.
변호인은 그러면서 “이자에 대해서는 의식을 못 하고 있다가 문제가 된다고 떠올랐다”며 “수년 동안 리스크 관리 업무를 해왔는데도 거래하지 마셔야 한다고 말씀드리지 못한 점을 자책한다”고 말했다. 돈거래가 대장동 관련 보도에 미친 영향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회사 안팎에 사과의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또 “노년기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들로 채워야 한다고 믿는다”며 “사회를 향한 사랑과 용기를 잃지 않고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고 약속드린다”며 선처를 구했다.
김씨 측도 부정한 의도는 없었다고 변론했다. 김씨가 한국일보에서 일할 때 같은 회사 선배 기자로 홍 회장을 알게 됐고, 뉴시스로 이직한 뒤 경영난으로 임금을 제대로 못 받을 때 머니투데이를 설립한 홍 회장이 자신과 후배들을 입사시켜 줘 은혜를 갚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언론계 큰 자산이고 보물인 홍 회장에게 누를 끼쳐 죄송하다”며 “잘못된 방법으로 은혜를 갚으려 해 후회한다”고 말했다. “대장동 관련 여러 사건 중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함에 따라 이날 열린 한 차례 공판으로 심리를 마무리 짓고 내년 1월8일 선고하기로 했다. 김씨에게 거액을 빌려 홍 회장과 같은 시기 재판에 넘겨진 한겨레와 중앙일보 출신 전직 기자들에 대한 재판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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