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윤리 TALK] (8) 팸투어, 취재편의인가 위법인가

최근 언론인 팸투어 취재가 또 다시 언론윤리 위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 해외공연에 100여 명의 언론인이 BTS 소속사 하이브로부터 수백 만 원에 달하는 ‘편의’를 제공받아 현지 취재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언론인들은 4월 7일부터 12일까지 5박 6일 일정의 BTS 라스베이거스 공연에 초청됐는데 항공권, 숙박, 식사, 현지 코로나 검사비용 일체를 하이브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팸투어란 기관이나 기업 등이 지역별 관광지나 여행상품 등을 홍보하기 위하여 기자나 사진작가, 여행전문 기고가, 파워블로거 등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협력업체 등을 초청하여 설명회를 하고 관광, 숙박 등을 제공하는 일을 말합니다. 해외에서도 각국의 관관상품이나 기업 제품 등을 홍보하기 위해 자국 기자,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등을 초청하는 팸투어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언론계의 경우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2016년 시행되면서 고비용이 제공되는 팸투어 취재 관행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청탁금지법은 언론인의 경우 직무 관련 대가성에 관계없이 1회 100만 원 또는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처벌을 하고, 직무 관련자가 그 이하의 금품을 받았다면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수수금액의 2∼5배를 과태료로 물도록 하고 있습니다. 언론사들도 외부 취재편의 제공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별도로 만들고, 취재비 현실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가 하면 청탁방지담당관을 지정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물론 관행이 일시에 개선되진 못했습니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가 2020년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총 73곳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243차례에 걸쳐 17억 5000만 원이 넘는 공금을 ‘취재 편의’, ‘취재 지원’ 같은 명목으로 언론사에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언론사에 흘러간 지원금도 204건, 9억 7000만 원이 넘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때 공공기관이 언론사에 돈을 지원하면서 가장 많이 내건 명목은 국내외 출장 기회를 제공하는 ‘프레스투어’나 ‘팸투어’였습니다. 언론사에 대한 이런 지원은 기업 등 민간에서는 아직도 더 많이 남아 있습니다.

BTS 팸투어 취재는 적잖은 충격을 줬습니다. 주요 언론을 망라한 100여 명의 언론인이 참여한 규모도 남달랐지만, BTS 멤버들의 병역특례 적용 여부가 논란으로 떠오른 시기에 진행되면서 언론 보도의 공정성·신뢰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4월 20일 성명을 통해 “상식적으로 수백만 원의 ‘취재편의’를 순수한 의도에서, 아무런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제공했다고 볼 국민이 얼마나 있겠는가”라며 “언론은 ‘BTS 멤버들이 병역 불확실성을 힘들어 한다’는 취지의 하이브 관계자의 발언을 일제히 대대적으로 보도해 이런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언련은 취재 편의를 지원받고 쓴 기사에 그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는 관행도 짚었는데요. 지난해 일부 인플루언서 유튜브채널 ‘뒷광고’에 대한 비판 여론이 대대적으로 일고 난 뒤 온라인 콘텐츠에는 ‘내돈내산’으로 표기하거나 ‘해당 콘텐츠는 000으로부터 000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라고 밝히는 게 제도화되었지만, 유독 언론만 ‘취재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점을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팸투어 취재를 통해 BTS 라스베이거스 공연을 보도한 언론사 중 어디도 하이브로부터 취재 지원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거나 적시하지 않았습니다. 유튜브채널이든 온라인 콘텐츠든 언론이든 청탁금지법 저촉 여부와 상관없이 ‘취재 편의’를 제공받아 작성한 기사라면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마땅할 텐데 말이죠.

현재 BTS 팸투어 취재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둘러싸고 국민권익위원회와 하이브는 각자 다른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하이브는 팸투어 지원이 위법하지 않다는 자문을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했고, 국민권익위원회는 “특정 기업의 언론사 대상 해외 취재지원이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고 답변한 사실이 없다”며 원론적인 해석 기준을 제시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동안 국민권익위원회는 언론사 취재지원에 대한 청탁금지법 예외조항을 두고 느슨한 잣대를 적용해왔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들쑥날쑥한 법 적용이 언론계 ‘공짜 취재’ 관행 근절을 가로막는 구실을 했다는 것인데요. 국민권익위원회는 BTS 팸투어 취재 지원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를 받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만큼은 법이 정한 기준대로 엄정하게 조사하고, 그 결과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례를 통해 언론윤리 기준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언론윤리헌장 8조는 ‘품위 있게 행동하며 이해상충을 경계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취재원으로부터 정당한 이유가 없는 혜택과 편의를 제공받지 않으며 부당한 청탁이나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팸투어 취재 역시 청탁금지법 위배 여부를 떠나 언론 스스로 ‘정당한 이유가 없는 혜택과 편의를 제공받지 않는다’는 윤리의식을 높이는 것부터 고민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