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3의 이용마 나오지 않게, 국회가 결론내릴 때"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 시민참여 보장하는 '이용마법' 연내 처리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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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리인단을 통한 공영방송 사장 선출. 2년 전 타계한 고 이용마 MBC 기자의 유지다. 노조 홍보국장으로서 2012년 170일 파업을 이끌다 해고되어 복직 투쟁을 벌이는 동시에 암과도 싸워야 했던 그는 공영방송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는 길로써 국민 참여 방식을 제안했다. 이후 언론계가 공영방송 이사·사장 선출 과정에 국민 참여를 보장하는 법·제도를 요구하며 여기에 ‘이용마법’이란 이름을 붙인 이유다.

그러나 이용마 기자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넘도록 관련 입법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공영방송 이사나 사장 선임 과정에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법안은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해당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한 채 거의 방치된 상태에 있다. 이런 와중에 KBS와 MBC 사장 선임 과정에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일정 비율 반영하는 ‘실험’이 2017년부터 지속해 왔지만, 이는 제도로써 확립된 것이 아니어서 언제든지 이사회가 밀실에서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하던 과거로 회귀할 수 있는 구조다.

국회 언론특위 소속 김종민·정필모·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현업 5단체가 공동 주최한 '공공미디어서비스의 책무와 시민 참여' 토론회가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9간담회실에서 열렸다.


따라서 언론단체들은 반드시 공영방송 사장 선임 제도만큼은 손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시민참여 방식의 사장 선임 제도부터 입법화하고, 공영방송 이사회 등 더 큰 차원의 거버넌스 논의로 확장해가자는 주장도 나온다. 연내 활동이 마무리되는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이하 언론특위)에서도 이를 최우선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언론단체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년 3월 대선 전에 입법이 완료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3일 언론특위 소속 김종민·정필모·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현업 5단체가 공동 주최한 ‘공공미디어서비스의 책무와 시민 참여’ 토론회에서도 “빨리 단일안을 만들어 처리하자”는 다급한 호소가 이어졌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도 언론특위의 활동 시한 등을 들어 “시민참여 방식의 사장 추천·평가를 입법화하고 EBS 사장 선출 권한을 (방통위가 아닌) 이사회에 두는 식으로만 쟁점이 좁혀져도 특위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 시민참여·전문가숙의 결합한 추천제도 제안

이날 토론회에선 언론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이 공영방송 이사·사장 선임의 ‘국민참여 인사추천제’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시민의 참여와 전문가의 숙의 방법을 방통위원과 공영방송 임원 임명 절차로 규정”하는 방송법·방문진법·EBS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100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추천위원회’를 두고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할 때마다 이 중 20명을 무작위로 선정, 20명의 위원이 숙의를 거쳐 5배수의 후보자를 선정하고, ‘시민추천위원회’가 다시 2배수로 후보자를 압축하면 임명권자가 이 중 1명을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정필모 의원 안에도 ‘사장 후보 추천 국민위원회’가 있는데, 김종민 의원 안은 그 전에 숙의 과정으로 전문가추천위를 먼저 거치도록 한 게 특징이다.

김 의원은 “대의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전통적 방식이 참여와 숙의인데, (국민이) 참여해서 다수의 결정이 반영되고 비례 되게 만들어야 하고, 또 좋은 결정이 되게 하려면 반드시 숙의 과정을 결합해야 한다”면서 “공영방송 거버넌스 구조에서 민주주의의 이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안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참여에 전문가 숙의를 합쳐서 민주적이고 절차상으로 안정적인 안을 구성하고, 이걸 나중에 검찰총장, 대법원장 등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사법기관장 인사까지 발전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추천위를 방통위에 두는 방식, 100명의 전문가추천위원을 구성하고 운영하는데 제도적으로 큰 비용이 드는 현실 등이 한계와 문제로 지적됐지만, 시민추천제도에 전문가 숙의를 결합한 방향성은 대체로 공감을 얻었다. 언론특위의 활동 시한이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시행하면서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성혁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적어도 시민참여 방식의 사장 선임 절차를 해보자, 그거면 된다”고 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거버넌스 이슈와 관련한 정치적 정리, 진일보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계속 시간을 끌면 제2, 제3의 이용마를 잉태하는 비극을 목격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든다”면서 “이제 결론을 내려주십사 하는 부탁을 정치권에 강력히 드린다”고 말했다.

김종민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견은 다를 수도 있는데, 민주당이 가장 우선적인 제도 개선 과제로 이 문제를 설정하고 있다”며 “언론특위 개선안으로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내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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