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사실상 '장대환 일가, MBN 경영서 손 떼라' 주문

MBN, 17가지 조건 달아 3년 조건부 재승인… JTBC 5년 재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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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3년 조건부 재승인, JTBC 5년 재승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런 결정을 내리는데 4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마저도 절반은 사무처에서 경과보고를 하는데 소요됐다. 지난 4월 채널A와 TV조선 재승인을 결정할 때보다도 훨씬 짧은 시간이 걸렸다. 앞서 MBN은 재승인 심사에서 기준점수인 650점에 미달하는 640.50점을 받아 재승인 거부까지 가능한 상황이었으나, 방통위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만장일치로 3년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재승인 거부 시 시청자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지난 10월 MBN에 대해 업무정지 6개월 처분을 내릴 때와 같은 이유를 들었다.


다만 방통위는 MBN에 역대 최다인 17가지의 재승인 조건을 부가했다. 앞서 3년 조건부 재승인을 받은 TV조선에 부가된 11가지 조건보다 더 많다. 17가지 조건 중 7가지는 종편 4사에 공통으로 부가된 것으로 사업계획서 성실 이행, 방송심의규정 위반으로 인한 법정제재 연간 5건 이하 유지, 협찬 사실 고지 등이다. 나머지 조건 10가지 중 대부분은 사실상 최대주주에 책임을 묻는 내용으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라는 게 핵심이다.


이번 재승인 심사는 MBN의 자본금 불법충당에 관한 행정처분과 별개로 이뤄졌지만, 재승인 조건 상당수는 행정처분에 따른 후속 조치의 성격을 띠고 있다. 업무정지 행정처분으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최대주주가 경제적 책임을 지고, 관련 대표이사 및 임직원 당사자가 책임지도록 한 것 등이 그렇다. 회계조작 등으로 지난 7월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영진 중 유일하게 MBN에 남아 있는 류호길 대표의 사퇴 등을 압박한 것이다. 또한, 대주주의 잘못으로 인한 행정처분의 피해가 종사자들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제작협력업체 보호와 고용안정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 성실히 이행하도록 했다.



MBN이 방통위에 제출한 경영 투명성 방안 등의 추가 개선계획 준수도 재승인 조건으로 부과됐다. 최대주주가 방송사 운영 및 내부 인사업무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는 경영혁신방안을 종사자 대표의 의견 및 외부기관의 경영 컨설팅 결과를 반영해 마련하되, 대표이사·사내이사 등 임원 선임 절차 개선, 경영·회계 관련 내부통제 및 관리시스템 정비 방안 등도 포함하도록 했다. 아울러 공모제도를 통해 방송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로 선출하고, 시청자위원회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포함해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도록 했다. 방송사의 재무건전성을 해할 수 있는 최대주주와의 자금대여, 담보제공 등 내부거래도 금지했다.


한마디로 최대주주, 즉 장대환 회장 일가에게 MBN 경영에서 손을 떼라는 것이다. 최대주주로서 증자 등의 의무는 이행하되 MBN 운영 및 인사 등 실질적인 경영에는 참여하지 말라는 의미다. 장대환 회장과 장승준 사장이 MBN 경영 일선에선 물러났지만, 여전히 최대주주인 매일경제신문 회장이자 사장으로서 MBN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때문에 MBN노조는 소유·경영 분리 원칙의 준수를 계속해서 요구해왔고, 지난달 13일 이 같은 취지의 의견서를 방통위에 제출한 바 있다. 대표이사 공모제 시행, 시청자 추천 사외이사 포함 등은 노조의 경영쇄신 요구안이 반영된 결과다.



방통위는 이처럼 강도 높은 경영혁신을 주요 조건(8가지)으로 제시하며, 이 중 하나라도 지키지 않으면 재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런데 이 중엔 실행 가능성에 의문이 드는 내용도 있다. MBN은 금융위 처분에 따라 지난 4월 자기주식에 해당하는 차명주식을 소각해 자본금이 감소한 상태다. 방통위는 MBN에 감소한 자본금 이상으로 증자할 방안을 찾으라고 주문하는 한편, 7월 기준 32.64%인 최대주주(특수관계자) 지분율을 방송법이 정한 소유제한(30%) 이하로 낮출 것을 지시했다.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낮추면서 증자할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이르면 내년 5월 초부터 6개월간 업무정지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외부 투자를 유치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이에 대해 MBN 경영진과 매경 측이 어떤 복안을 갖고 있을지, 이행 여부에 따라 방통위에서 최악의 경우 재승인 취소를 포함한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행정처분에 이어 재승인까지, 두 번의 고비를 넘기면서 MBN 사측의 태도도 비교적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달 25일 보도국장 신임투표제 시행, 시청자위원회 노사 동수 추천 등에 노조와 합의했고, 논란이 됐던 MBN의 부동산 부문 물적 분할도 30일자로 공식 철회했다. 나석채 전국언론노조 MBN지부장은 “당연한 결론”이라며 “앞으로 MBN의 경영개선과 인적쇄신을 통해 시청자로부터 신뢰를 다시 얻는 데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MBN과 JTBC를 끝으로 종편 4사의 세 번째 재승인 심사가 모두 끝났다. JTBC는 종편 중 유일하게 700점이 넘는 점수를 획득해 5년 재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심사 과정에서 JTBC 기자의 중앙일보 소속 문제가 지적되어 이를 해소하라는 조건이 부가됐다. 방통위에 따르면 JTBC 보도국 기자(보도총괄 등 직책자 포함) 중 대부분인 170여명이 중앙일보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JTBC측은 중앙일보사와 업무대행 계약을 맺은 것으로 문제없다고 밝혔지만, 심사위원들은 언론사가 대주주인 상황에서 실질적인 보도의 독립성과 편성의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최대주주와의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방통위는 중앙일보 소속 기자의 파견 등을 해소하기 위한 계획 제출을 재승인 조건으로 부가하는 한편, 파견법 등 관련 법령 위반 여부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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