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이상한 트래픽 올리기 실험

[컴퓨터를 켜며] 김성후 기자협회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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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딸의 신상과 이재용 부회장이 몰고 왔다는 자동차를 소개하면 트래픽을 얼마나 올릴 수 있을까.

조선일보가 이 실험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조선일보는 27일 오후 2시37분 <[단독] 이재용이 몰고온 팰리세이드, 알고보니 중고차 쇼핑몰서 산 것>이라는 기사를 온라인에 출고했다.

조선일보의 ‘단독’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지난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빈소가 차려진 서울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정문 앞에 현대차의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팰리세이드가 멈춰섰다.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뒷좌석에는 이 부회장의 두 자녀가 타고 있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이 부회장이 몰고 온 2019년식 팰리세이드는 짙은 회색 색상으로 배기량은 3778cc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이 차량은 지난해 5월 최초 등록됐고, 이후 지난해 10월 30일과 11월 7일 두 차례에 걸쳐 소유자가 변경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이 차량이 이 부회장 소유라면, 지난해 11월 팰리세이드 중고차를 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내 재계 1위 총수가 중고차 시장을 이용하는 건 얼핏 어울리지 않는 일 같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부회장이 업무용으로 타던 쌍용자동차 체어맨이 중고 시장에서 매매된 적이 있다”고 했다.

언론계에선 대체로 사회적 파급력이 있는 기사에 ‘단독’을 붙인다. 물론 요즘 디지털 기사에서 ‘단독’ 표기가 남발되는 경향이 있긴 하다. 그렇다고 ‘오직, 팩트’를 강조하는 조선일보가 흥미 위주의 가십 기사에 ‘단독’을 표시하는 것은 생뚱맞아 보인다.

이뿐 아니다. 조선일보는 26일 오전 10시15분에 <이건희 장례식장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이란 온라인 기사를 게재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딸 이원주양의 외모에 주목한 기사였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온 이 부회장의 딸 이원주양이 주목을 받고 있다. 마스크를 써 얼굴을 반쯤 가린 상태였지만 또렷한 눈매와 오뚝한 콧날이 드러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우월한 유전자가 입증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와 함께 이양이 과거 소셜미디어에 올렸던 사진들도 공개했다. 어릴 때 발레를 배웠고, 무용콩쿠르에서 수상했다는 사적인 정보도 기사에 담았다.

조선일보는 지난 9월1일 ‘디지털 뉴스의 혁명이 시작된다’는 알림을 내면서 이같이 밝혔다.

“올해 창간 100주년을 맞아 디지털 뉴스를 위한 최신 ‘아크 퍼블리싱 (Arc Publishing)’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품격 시스템으로 최고의 디지털 뉴스를 구현한다....100년을 앞서 달린 조선일보. 또 다른 100년을 디지털 뉴스로 앞서간다. 변화는 빠르게 받아들이되, 팩트를 찾고 부단히 취재하는 저널리즘의 원칙은 잊지 않겠다.”


조선일보가 강조한 디지털 뉴스의 혁명이 가십 기사에 '단독'을 표기하고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을 찾은 미성년자의 개인 정보에 관심을 두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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