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협회 "방송의 공익성‧공공성 규제로 비롯되지 않아"

'5기 방송통신위원회에 바란다' 성명

  • 페이스북
  • 트위치
한국방송협회가 지난 1일 ‘제5기 방송통신위원회에 바란다’ 제하 성명을 내고 차별 규제 해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방송매체간 차별적 광고규제 해소’, ‘협찬주명 프로그램 제목 허용’을 우선적으로 제안했다. 

방송협회는 이날 성명에서 10년 새 절반 이상 광고매출이 줄어든 지상파 방송사의 현실, 생존위기 등을 거론하며 “방송의 공익성, 공공성이 규제로부터 비롯된다는 낡은 관념부터 혁파할 것을 제5기 방송통신위원회에 바란다”고 강조했다. 

방송협회는 타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지상파의 위기가 심각한 원인으로 “모바일/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 변화도 큰 요인이겠지만, 방송의 공공성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방통위가 지상파 활성화 정책에 실패한 것도 그에 못지않다”고 했다. 


특히 “협회가 정책 건의를 통해 합리적인 규제 개선을 요구할 때마다 (방통위가) ‘수용불가’, ‘중장기 검토’라는 무성의하고 기계적인 답변만 메아리처럼 되풀이 했”고, “그 결과 지상파의 독과점 시대에 만들어졌던 차별 규제는 시대변화에 아랑곳없이 그대로 적용되었고, 공정경쟁을 통한 재원 확보 시도 또한 차단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상파의 공적 책무 이행 능력은 급격히 약화되었고, 방송 주권을 재벌과 해외 거대 미디어사업자에게 넘겨주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방송협회는 지상파를 소생시킬 대안과 관련해 “당장 국회 업무보고 등에서 올해 하반기 이행을 공언한 바 있는 ‘방송매체간 차별적 광고규제 해소’, ‘협찬주명 프로그램 제목 허용’부터 속도감 있게 처리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 지역성의 최후 보루인 지상파 방송의 소생과 회복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마땅히 추진해야 할 정책이 정쟁의 대상이 되어 지체되지 않도록 힘써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박성제 MBC 사장은 지난 1일부터 한국방송협회장 임기(2년)를 시작했다.  
 
이하 성명 전문. 

<한국방송협회 성명>
제5기 방송통신위원회에 바란다

2020. 8. 1.

    한국방송협회는 먼저 방송의 공익성, 공공성이 규제로부터 비롯된다는 낡은 관념부터 혁파할 것을 제5기 방송통신위원회에 바란다. 방송의 공익성, 공공성은 구성원들의 정신과 시민들의 참여, 그리고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재원 상황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지 낡은 규제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이 처한 현실은 참담하다. 10년 사이에 지상파 광고매출은 절반 이상 빠져나갔다. 이제 지상파의 광고 ‘매출’은 IPTV를 운영하는 1개 이동통신사의 ‘영업이익’에도 하회하는 수준에 불과하고, 올드미디어의 대표격인 신문 산업의 광고 매출에도 채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자리 잡은 거대 글로벌 미디어들의 매출과는 비교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그에 반해 프로그램의 품질과 규제 요건을 갖추고, UHD를 구축하는데 요구되는 비용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생존마저 위태위태하다. 특히, 지역방송의 현실은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참담하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여전히 지상파가 공공성과 산업성 양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왜 우리나라만 지상파가 생존을 기약하기 힘들 정도로 무너지고 있는가? 모바일/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 변화도 큰 요인이겠지만, 방송의 공공성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방통위가 지상파 활성화 정책에 실패한 것도 그에 못지않다. 

   지상파 방송은 그간 큰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보편적 서비스로서 고품질의 방송을 제공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2019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지상파가 프로그램 제작에 사용한 제작비는 약 2조 8천억 원으로 지상파 계열 PP를 제외한 PP들의 프로그램 제작비 보다 무려 9,300억 원 가량이나 높다. 지상파는 방송매출의 78.4%를 프로그램 제작비로 재투자했지만, 지상파보다 높은 광고매출을 거두고 있는 PP의 재투자 비율은 불과 28.7%에 그쳤다. 이처럼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해 고품질의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제공하면서도 매년 재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급격히 소멸되고 있는 것은 지상파 활성화 정책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미디어 환경에 맞는 정책 변화와 차별 규제 해소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방통위는 귀담아 듣지 않았고, 차별 규제는 당연시 되었다. 방통위는 협회가 정책 건의를 통해 합리적인 규제 개선을 요구할 때마다 ‘수용불가’, ‘중장기 검토’라는 무성의하고 기계적인 답변만 메아리처럼 되풀이 했다. 그 결과 지상파의 독과점 시대에 만들어졌던 차별 규제는 시대변화에 아랑곳없이 그대로 적용되었고, 공정경쟁을 통한 재원 확보 시도 또한 차단되었다. 그 사이 지상파의 공적 책무 이행 능력은 급격히 약화되었고, 방송 주권을 재벌과 해외 거대 미디어사업자에게 넘겨주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시장 결과에 대해 정책당국은 무거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시장 상황은 ‘동일서비스 동일규제’의 원칙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여 서서히 적용’해도 될 만큼 한가하지 않다. 머뭇거릴수록 지상파 방송을 소생시킬 기회는 사라진다. 지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당장 국회 업무보고 등에서 올해 하반기 이행을 공언한 바 있는 ‘방송매체간 차별적 광고규제 해소’, ‘협찬주명 프로그램 제목 허용’부터 속도감 있게 처리해주기 바란다. 

   마지막 당부는 방통위가 마땅히 추진해야 할 정책이 정쟁의 대상이 되어 지체되지 않도록 힘써주기 바란다.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 지역성의 최후 보루인 지상파 방송의 소생과 회복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5기 방통위만큼은 정쟁이 아닌 정책 중심의 판단으로 방송의 공공성을 살리고 활력 있는 방송통신 생태계를 구축한 성공한 위원회라는 이름을 남겨주길 기대한다. □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