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밖으로' 시리즈

[제357회 이달의 기자상] 박민지 국민일보 'n번방 추적기' 특별취재팀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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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지 국민일보 기자

▲박민지 국민일보 기자

지난해 6월 말, ‘추적단 불꽃’(불꽃)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일상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해야 할 일이 분명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갓갓’에서 시작한 텔레그램의 거대한 성착취 카르텔을 눈으로 직접 본 순간 ‘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쫓고, 알려야 했습니다.


지난 3월9일 ‘n번방 추적기’ 첫 보도 이후 일주일여 만에 ‘박사’가 잡혔습니다. 이후 여러 핵심 공범 검거 소식이 알려졌지만, 창시자 ‘갓갓’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지난 5월11일 오전 8시, 기다리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속보] n번방 개설자 ‘갓갓’ 잡았다>. 알람이 뜨자마자 불꽃에 연락했습니다. “잡혔대.” 불꽃은 이 말이 뭘 뜻하는지 단박에 알아챘습니다. “진짜 잡히는구나.” 불꽃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당시 불꽃과 특별취재팀은 함께 트라우마 치료를 받던 중이었습니다. 그 무렵 전 매일 갓갓을 잡는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쫓고 또 쫓다가 깨면 온몸이 욱신거렸고 꽤 오래 심호흡을 해야 했습니다. ‘갓갓’이 잡히던 날, 꿈 얘기를 하며 우린 서로의 어깨를 토닥였고 불꽃은 “이제 악몽을 안 꾸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네왔습니다. 그들의 범행을 지켜만 본 취재팀이 이토록 괴로운데 피해자의 고통은 얼마나 클지 짐작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가해자를 향한 분노에서 피해자와의 연대로 시선을 돌리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입니다.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기형적인 현실에 놓여있습니다. 여성이, 아동이, 청소년이 약자로 치부되고 그래서 범죄의 대상이 되는 불균형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가해자는 감방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들 모두가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부지런히 쓰고 알리겠습니다. 여성이 안전한 사회가 다른 누구에게는 위험한 사회일 리 없습니다. 연대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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