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차장단·10년차 이하 기자들 '성소수자 혐오 보도' 공개 비판

"기독교적 가치는 혐오에 있지 않다"
편집인 "개선안 논의 장 만들 것"
노조, 사측에 요구할 안 마련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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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기자들이 자사의 성소수자 혐오 보도에 대해 공개 비판했다. 국민일보 차장단과 10년차 이하 기자들은 지난달 27일과 28일 잇따라 성명을 내고 기독교적 가치는 혐오와 배척에 있지 않다며 동성애 보도 관행 등 국민일보 보도 전반에 대한 논의 기구 구성을 요구했다. 앞서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 국민일보 종교국에서 성소수자 혐오 표현을 쓴 기사를 보도해 논란이 됐다.


국민일보 차장단 기자 12명은 <국민일보를 위한 논의의 장을 기대하며> 제하의 성명에서 △동성애 보도 관행 자성 △종교국 보도에 대한 견제 및 검증 시스템 확립 △편집국과 종교국 모든 평기자부터 편집인까지 참여하는 논의기구 구성 등을 제안했다.


성명에 따르면 차장단 기자들은 종교국이 편집국과 분리돼 있으면서 오랫동안 게이트키핑 기능이 약화 됐고, 기독교 이슈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편집국과 공감대가 부족했다고 봤다. 또 종교국 광고 담당 부서와 기사 제작 부서가 분리되지 않아 지면 광고와 외부 연재물 기사에 불충분한 데스킹과 책임 소재의 불분명성이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이들은 “이번 일로 종교국 기사 및 보도 과정에 대한 충분한 검증과 견제 장치가 없었다는 점이 확인돼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건의한다”며 “그동안 존재했던 교계자문회의마저 사라지고, 종교국장 평가제 또한 없는 상태가 이어졌다”고 했다.


국민일보 10년차 이하 기자 57명은 성명에서 “최근 논란이 된 성소수자 관련 기사들이 그동안 배워온 저널리즘 원칙에도, ‘사랑 진실 인간’이라는 국민일보 사시에도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혐오는 언론사의 언어가 될 수 없다. 기독교적 가치는 혐오와 배척에 있지 않다. 성소수자 관련 보도가 기독교적 가치를 편협하게 해석한 결과물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볼 때”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상황에서 나온 일련의 광고와 칼럼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 그동안의 논의가 건강한 의견이 되려면 일방적 입장이 담긴 광고와 칼럼 게재에도 신중했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논의의 장을 만들겠다’ ‘개선해야 할 점은 개선한다’는 모호한 표현 대신 명확한 개선책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노조는 조만간 운영위원회를 열어 회사 측에 요구할 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12일 논란이 된 동성애 보도에 대한 회사의 공개적인 입장표명을 요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명호 국민일보 편집인은 지난달 26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만들겠다”며 “국민일보는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한다. 동성애에 대한 보도 가치와 지향점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보도 과정에서 논란이 제기된 주관적 표현과 관련해 저널리즘적 관점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런 주장에 대해 이해하고 있으며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논란이 된 국민일보 기사에 대한 외부 비판도 나왔다. 지난달 29일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는 코로나19 관련 성소수자 혐오 보도를 한 언론사를 규탄하기 위해 국민일보, 뉴시스, 머니투데이 사옥 등에서 릴레이 기자회견을 했다. 자캐오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원장 사제는 “국민일보가 정말 ‘대한민국 최고의 주류 언론’으로 자리매김해 그만큼의 ‘사회적 책무와 정론직필’을 감당하고 있는지 묻고자 한다”며 “이태원 지역 집단감염에 대한 보도는 ‘사랑 진실 인간’이라는 국민일보 사시와는 전혀 다른 편견과 차별, 혐오에 근거한 왜곡 보도에 가까웠다. 국민일보 일부 기자들과 이들의 패악을 방기하고 종종 적극 옹호하는 듯한 국민일보 대주주가 하루 빨리 ‘언론의 사회적 책무’을 제대로 깨닫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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