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재테크 영상 콘텐츠 전진배치, 2030 독자를 잡아라"

지상파·종편들 관련 프로 쏟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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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시장에서 ‘2030’ 세대를 겨냥한 경제·재테크 콘텐츠가 각광받고 있다. 불과 2~3년 새 새롭게 형성된 콘텐츠 흐름은 수요와 시장성을 인정받으며 기성 매체의 틀로는 충족되지 못하던 니치(niche) 마켓을 상당히 점유한 상태다.


기성 매체에서 가장 앞선 시도는 스브스뉴스 ‘돈워리스쿨’이다. 지난 2018년 8~9월 모바일용으로 처음 선보인 콘텐츠는 타깃인 ‘2030’세대, ‘월 200으로 대변되는 사회초년생’ 등에 호평 받는 경제·재테크 정보를 제공해 왔다. SBS ‘보도본부’가 기획해 론칭한 최초 TV프로그램은 파일럿 방송 4회를 거쳐 2019년 시즌1 12편 방영을 마쳤고, 현재 시즌2 16부작 중 12편까지 방송하며 ‘크로스미디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간 콘텐츠 내용을 보강해 오는 6월 책 출간도 예정했다.



하현종 스브스뉴스 팀장(‘돈워리스쿨’ 연출)은 “비트코인 열풍에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이 뛰어들고, ‘청년우대통장’ 콘텐츠가 수십만 조회수에 3000회 넘는 공유가 이뤄지는 걸 보며 개인의 행복이나 경제적인 안정성에 대한 욕구는 젊은 세대도 마찬가지라 느꼈다”며 “‘욜로’나 ‘소확행’으로 알려져 있지만 2030 입장에선 경제상황이 변해 다른 전략을 펼 수밖에 없는데 가르쳐 주는 곳이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상파와 종편 교양·예능에선 이후 경제·재테크 프로그램이 잇따랐다. KBS는 지난해 말부터 올초까지 “사회 초년생들 고민을 나누는” ‘슬기로운 어른이생활’을, JTBC는 지난 2~4월 “재테크 전문가들의 난장 토론쇼” ‘돈길만 걸어요-정산회담’을 방송했다. 최근 이들 세대를 겨냥한 언론사 버티컬 매체에서 경제·재테크 콘텐츠는 단골 콘텐츠로 자리잡은 상태다. 한국일보 ‘프란(PRAN)’의 ‘밀레니얼 클라쓰’, MBC ‘14F’의 ‘아이돈케어’ 등이 사례다. 중앙그룹 ‘듣똑라’와 ‘헤이뉴스(Hey.News)’ 역시 각각 ‘워니(WONEY)’·‘이현코노미’와 ‘머니’ 코너로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듣똑라는 주 이용자를 해당 세대 여성으로 상정해왔음에도 콘텐츠 시장성을 체감한 바 있다. 듣똑라 김효은 중앙일보 기자는 “영상PD들이 합류하며 지난 3월 첫주부터 매주 1회 워니 유튜브 콘텐츠를 올렸는데 세 번째 콘텐츠부터 구독자가 급증해 7000~8000명 수준 구독자가 일주일 사이 10만명을 넘었고, 현재 17만7000여명 가량”이라며 “유례 없는 저성장 시대에 경제활동을 시작한 세대로서, 미래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고 미래를 잘 설계하고자 하는 욕구와 이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타깃이 다른 만큼 아이템 선정과 풀이 방식 역시 기성 매체와 다른 특징을 보인다. 아이템 한 축은 ‘소소한 경제팁’을 제공하는 경우인데, ‘올리브영서 재난지원금 쓸 수 있냐고? 깔끔하게 정리해줄게!’(한국일보 프란 지난 15일), ‘부자 되기 전 필수 체크! 줄줄 새고 있는 돈 찾는 방법 10분 정리’(MBC 14F 지난달 3월30일)가 대표적이다. 일상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강희경 한국일보 영상콘텐츠팀장은 “기존 방식이면 ‘대형마트에서 쓸 수 있나’가 됐을 텐데 이 세대엔 올리브영이나 파리바게트가 더 궁금하지 않겠나”라며 “좁혀 놓은 타깃층 눈높이에 맞춰 그들의 결정을 도우려 한다. 편집 등에서도 재미를 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아이템은 ‘친절하고 자세한 경제뉴스’다. 진입장벽이 있는 기성 매체 뉴스와 달리 기초적인 정보와 맥락을 친절히 전하는 경우다. 헤이뉴스의 ‘강남은 언제부터 ‘강남’이 되었나’(지난 12일) ‘사상 최초 마이너스 유가, 한 번에 이해하자’(지난달 24일)가 사례다. 김진일 헤이뉴스 팀장은 “현실에서 2030세대가 강남에 집을 사긴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알고 겪는 것과 모르는 건 다르리라 본다. 이들에겐 생존에 필요한 내용일 수 있으니 최대한 피부로 체감할 수 있게, 자기 일로 받아들이게 하려 한다”며 “미래 문제이자 MZ세대의 앞으로 삶과 관련이 큰 만큼 더 힘을 줄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하현종 팀장은 “제로금리 시대와 관련해 금리가 무엇인지 다룬 유튜브 뷰가 50만이 나오더라”며 “쉽게 비유하고 친절히 설명하니 오히려 꿀팁 콘텐츠보다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2030세대를 겨냥한 경제·재테크 콘텐츠의 부상은 해당 세대가 마주한 암울한 현실, 우울한 전망에 기반하며 고민도 남긴다.


현재 구독자 6만5000여명을 보유한 사회 초년생을 위한 뉴스레터 서비스 어피티(UPPITY) 박진영 대표는 “부동산 콘텐츠는 너무 거리가 있어 콘텐츠로 잘 만들지 않는다. ‘통장’은 이들에게 ‘텅장’이다. 연봉 높은 사람의 재테크 얘기엔 우울하고 자조적인 댓글이 달린다. 노후 준비를 위한 플랜을 세울 때 예전 그래프가 안 그려지는 세대에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공부해야한다고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오는 6월 개편을 통해 실용적인 정보제공을 강화하고, 기초적인 지식은 책 등으로 전하려 한다. 좀 희망적으로 같이 고민하고 방법을 공유해 재미나게 풀어보자는 취지는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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