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신설 앞둔 태영건설, 수면 위로 떠오르는 'SBS 매각설'

'TY홀딩스-SBS미디어홀딩스' 이중 지주사체제, SBS 위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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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의 실질적 대주주인 태영건설이 지주회사 신설을 예고한 이후, 이중 지주회사체제가 SBS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TY홀딩스 신설에 대한 사전승인 심사와 노사 의견청취를 진행한 뒤 승인 결정은 보류한 상태다. SBS노조를 비롯해 언론시민단체들은 방통위를 향해 TY홀딩스 전환을 불허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지만, 방통위는 조건을 부가해 승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태영의 지주회사 전환이 왜 문제가 되는지, SBS 매각설까지 나온 이유는 무엇인지, 쟁점 사항을 짚어봤다.

①지주회사 위에 또 지주회사?
현재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이 SBS를 비롯한 66개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그런데 태영건설이 지난 1월 인적분할을 통한 TY홀딩스 신설 계획을 공시했다. 태영건설을 두 개로 쪼갠 뒤 신설되는 TY홀딩스를 지주회사로 전환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태영건설은 TY홀딩스의 자회사가 되어 건설사업부문을 전담하게 되고, 방송·레저 등 나머지 사업 부문은 TY홀딩스 소속으로 이동한다. 분할기일은 6월30일로 예정돼 있다.


/언론노조 제공

▲/언론노조 제공


지주회사 신설은 윤석민 회장의 경영권 방어와 지배력 확보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태영건설 2대 주주(3월 기준 15.9%)인 사모펀드 운용사 머스트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한 뒤 적극적인 주주 행동에 나서고 있다. 거버넌스 위원회 설치 등 지배구조의 투명성 강화도 요구했다. 자칫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지주회사를 만들고 현물출자, 주식교환 등의 절차를 거치면 윤석민 회장은 지분율을 높여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 방식으로 윤석민 회장은 경영권을 지킬 수 있겠지만, SBS의 지배구조와 수익구조는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2008년 SBS미디어홀딩스 설립으로 정착된 태영건설-SBS미디어홀딩스-SBS라는 수직적 지배 형태가 TY홀딩스-SBS미디어홀딩스-SBS라는 이중 지주회사체제로 바뀌면서 여러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②SBS 자회사 ‘팔 수도 없고 살 수도 없고’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TY홀딩스가 모(母)회사가 되면 SBS는 지주회사의 손(孫)회사가 되고 SBS의 자회사 12개는 증손(曾孫)회사가 된다. 지난 3월 말 기준, SBS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는 3개사뿐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30~60%대 지분만 보유하고 있다. TY홀딩스 체제가 되면 SBS는 법적 의무를 지기 위해 자회사 지분을 모두 사들여야 한다. 문제는 그조차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SBS의 광고 판매 대행사인 SBS M&C의 경우 방송광고판매대행법에 따라 지분 소유가 최대 40%로 제한돼 있다. 지상파 3사가 미국에 합작 설립한 KCP(코리아콘텐츠플랫폼)와 공동 투자 법인인 WAVVE(웨이브)도 SBS가 지분을 100%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SBS가 가진 자회사 주식을 모두 매각하거나 SBS미디어홀딩스로 이관하는 방법이 있지만, SBS가 입을 타격은 불가피하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가 지난 21일 노보에서 TY홀딩스 체제를 가리켜 “임금과 생존권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백해무익한 지배구조 변화”라며 강하게 반대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윤석민 회장은 공정거래법 위반 문제와 관련해 지난 19일 방통위 의견청취에서 TY홀딩스 설립 후 2년의 법적 유예 기간 동안 대안을 찾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③SBS 매각설, 가능성은?
이론적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문제를 해소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TY홀딩스와 SBS미디어홀딩스를 합병해 SBS를 자회사로 두면 증손회사 100% 지배 의무에서 벗어나며, SBS미디어홀딩스와 SBS를 합병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SBS의 지배구조는 SBS미디어홀딩스 체제 이전으로 회귀하는 셈이 된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대원칙도 유명무실해진다.


SBS ‘매각설’이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태영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도 법적 충돌 문제를 피하기 위해선 SBS를 ‘잘라내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태영그룹의 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9조2000억원을 넘어서 10조원 돌파가 머지않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행 방송법은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특수관계자 포함)은 지상파방송사 지분의 10%를 초과해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SBS의 최대주주는 SBS미디어홀딩스로 36.92% 지분을 보유 중이며, 태영건설은 SBS미디어홀딩스 지분 61.42%를 갖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매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고, 태영으로서도 SBS 경영권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이득일 수도 있다. 윤석민 회장은 방통위가 자산 총액 10조 돌파 가능성에 따른 SBS 매각 여부를 묻자 “자산규모 10조가 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일각에선 방송부문 외 태영건설의 다른 자회사를 매각하거나, 계열 분리를 통해 자산규모를 줄이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BS 매각설 자체는 꺼지지 않은 불씨다. 한편으로 SBS의 종합편성채널 전환도 하나의 시나리오로 예상되고 있다. 대기업 지분 소유 상한선이 지상파는 10%지만 종편은 30%여서 SBS가 지상파 허가권을 반납하고 종편에 진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④방통위 ‘조건부 승인’ 가닥? 어떤 내용 담길까
어떤 경우든 태영의 지주회사 전환이 SBS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방통위가 방송법에 없는 ‘사전승인’ 심사를 진행하고도 장고를 거듭하는 이유다. 방송법은 지상파방송사 등의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규정만 두고 있다. 엄밀히 말해 SBS의 최다액출자자(SBS미디어홀딩스)의 최다액출자자(태영건설) 변경은 승인심사 대상이 아니다. 이번 사전승인 심사는 지난 2007년 SBS미디어홀딩스 설립 당시 윤석민 회장이 방통위의 사전승인 없이 SBS홀딩스의 최대주주를 변경하지 않겠다는 이행각서를 제출한데 따라 이뤄진 것이다. 방통위는 TY홀딩스 전환을 승인하더라도 같은 취지의 이행각서를 요구할 방침이다. 사전승인 심사위원회도 “SBS 자회사, SBS미디어홀딩스 체제 개편 등 경영계획 수립 시에는 그 계획이 SBS의 재무건전성 부실을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조건으로 명확하게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TY홀딩스 문제가 올 연말 예정된 SBS 재허가 심사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SBS본부는 “SBS 방송과 수익, 사업구조, 재무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을 지배구조 변경 방안과 구성원과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소유경영 분리 방안을 대주주가 제시하지 못하면 재허가에 치명적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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