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면 검토, 닫힌 출입처… 코로나19, 기자들 손발을 묶었다

[언론사들, 제작 중단 막을 자구책 가동]
경향, 여행 콘텐츠 등 27일자 4p 감면
조선, 확진 대비 편집팀 나누는 것 고려

한국, 상암 사옥에 '이동 편집국' 마련
편집부서 일부 감면 불가피하다는 의견

연합, 거점 마련해 사진부 장비 분산보관
한경, 마스크 미착용자 회사 진입 금지

  • 페이스북
  • 트위치

지난주를 기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지역사회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이에 대한 언론사의 대응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기자가 감염원이 돼선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확진자 접촉을 금하고 혹시나 동선이 겹치거나 비슷한 증상이 있을 경우 자가 격리하는 개별 대응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사옥 폐쇄와 셧다운(일시중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신문사들은 선제적으로 감면을 시행하거나 추진을 검토 중이다. 경향신문은 당장 27일자 신문을 4개 면을 줄여 발행한다. 목요판에는 여행 콘텐츠가 실리는데 국내외출장 및 여행 자제령을 내린 상황에서 여행 기사를 제작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경향은 이후에도 필요에 따라 4개 면에서 8개 면까지 탄력적으로 감면을 시행하기로 했다. 윤전국에서 확진자가 나올 경우에 대비해 대쇄를 알아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YTN 사옥 로비에 설치된 열화상 감지 카메라가 출입하는 사람들의 발열 정도를 체크하고 있다.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증상이 확인되면 사옥 내로 들어갈 수 없다. /YTN 제공

▲YTN 사옥 로비에 설치된 열화상 감지 카메라가 출입하는 사람들의 발열 정도를 체크하고 있다.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증상이 확인되면 사옥 내로 들어갈 수 없다. /YTN 제공


한국일보도 다음 주부터 감면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편집국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현실적으로 신문 제작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암동 사옥에 이동 편집국을 마련 중이며 3월2일자부터 4개 면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태규 편집국장은 “감면은 여러 조치 중 하나로 검토됐고 지금처럼 뉴스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감면을 하는 것이 독자 수요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고민도 했다”면서 “편집부에서 일부 감면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전해 와 현재 감면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도 확진자 발생 등 비상 상황 시 감면한다는 계획이고, 한겨레 역시 8개에서 16개 면까지 줄일 수 있다고 보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감면 계획은 아직 없다. 조선일보 또한 감면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 다만 확진자가 나올 경우를 대비해 편집팀을 나누고 비상 가동 인력을 확보하는 등 단계별로 세부 계획을 마련한 상태다.


연합뉴스도 확진자 발생으로 사옥이 폐쇄될 가능성을 고려해 시간 단위로 구체적인 대응 계획을 세웠다. 이를테면 사진부의 경우 렌즈 장비를 몇 군데 거점을 마련해 분산 보관토록 했고, 전 사원에게 항상 노트북을 지참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사옥 밖에서도 언제든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연합뉴스 관계자는 “언론사에 확진자가 생기거나 하면 연합 기사에 대한 수요가 더 많아질 수 있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던 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시간 단위로 촘촘하게, 꽤 구체적으로 계획을 마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KBS는 지난달 말부터 매일 전사적 대책협의회를 열어 선제적인 차단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우선 본관, 신관, 별관, 연구동 등 건물마다 출입구 1개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폐쇄했으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선 열린 공간일지라도 근접거리 대화를 금지했다. 확진자 발생에 대비해 컨트롤타워도 이미 가동했다. 이에 따라 전략기획국, 경영관리국, 지역정책실은 지난 22일부터 주말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방송 송출의 최전선에 있는 주조정실 근무 인력에서 확진자가 나올 경우를 대비해 방호복 착용 지침도 마련했다.


한국경제신문도 지난 21일 “사옥 셧다운과 휴간 사태를 막아야 한다”며 코로나19의 사옥 유입을 막기 위한 특단의 지침을 사내에 공지했다. 누구든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회사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고 사무실 출입 때는 지문 방식 대신 옛 사원카드인 신분증을 사용토록 했다. 이밖에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 △외부 방문객 출입 제한 △단체 회식 금지(자제) △국내외출장 및 해외여행 자제 △부서별·부서간 회의 서면이나 온라인으로 대체 △외부 일정 최소화 및 전화 취재 독려 등 대부분의 언론사도 코로나 대응 지침을 실시 중이다.


재택근무도 확산하고 있다. 문화부, 산업부 등 부서별 특성에 따라 내근이 가능한 부서에선 기자들의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분위기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알려진 뒤에는 야당 출입 기자들에게 ‘회사 출입금지’ 명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기업체 기자실이 대부분 폐쇄되거나 운영을 중단하고, 25일에는 국회 본청이 방역 소독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임시 폐쇄되자 재택근무마저 여의치 않은 기자들은 카페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