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3법' 통과를 누구보다 기다린 기자들

소송까지 각오하고 집요하게 취재
"MBC·CBS·한겨레 나가라" 듣기도
양선아 한겨레 기자 "힘 보태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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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13일. 법안 통과를 누구보다 기다려온 기자들이 있었다. 사립유치원 회계 부정 문제를 처음으로 보도하고 추적한 기자들이다. 전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이사장이 기자회견 도중 “MBC, 한겨레, CBS 기자는 나가달라”고 할 정도로 이들의 취재는 집요했다.


유치원 정부지원금과 교비를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파인’에서 관리하고, 부정 사용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유치원3법은 2018년 12월 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지 1년여만에 통과됐다. 오래전부터 사립유치원 문제를 국민들에게 알리며 정책과 법안 마련에 힘을 보탠 기자들은 법안이 통과되자 기쁨과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2018년 10월 MBC의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 보도는 사립유치원 문제에 국민 여론을 환기한 기폭제가 됐다. 김현경, 이해인, 박소희, 이동경 MBC 기자는 2018년 10월11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된 유치원 명단 1146곳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감사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한유총의 소송도 각오한 결정이었다. 문화부로 옮긴 박소희 기자를 제외하고 모두 정치부 소속이라 지지부진했던 입법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봐 오기도 했다. 법안이 통과된 날 기자들은 사립유치원 문제 해결에 함께 힘써온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교육청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감격을 나눴다. 이동경 기자는 유치원3법이 통과된 당일 리포트를 전하며 사립유치원 사태의 처음과 끝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김현경 기자는 “돌아보면 각자 자신의 역할을 하나씩 해나갔기 때문에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며 “경기도교육청 감사팀은 소명 의식을 가지고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를 내놨고, 시민단체는 이 문제에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은 MBC 기자들은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는 위험에도 꼭 보도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의 에듀파인 적용 필요성을 처음으로 알린 건 김영태 CBS노컷뉴스 기자였다. 김 기자는 지난 2018년 9월17일 <교육부, ‘사립유치원 회계’ 국가관리 포기> 기사를 시작으로 시리즈 <고삐 풀린 사립유치원, 학부모의 품으로>를 50회 이상 보도했다. 그는 지속적인 보도를 통해 사립유치원에도 에듀파인 적용이 가능하다는 근거를 제시해 유치원3법 입법까지 이끌었다.


김영태 기자는 “교육부에 출입하며 사학비리 문제를 보도해왔었다. 퇴임을 앞둔 교육부 당국자가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교육부 힘으로는 할 수가 없어 이 문제를 꼭 해결해달라’는 선물이자 과제를 주고 간 기억이 난다”며 “사립유치원 문제는 기자들의 보도가 없었다면 영원히 실종될 수 있었다. 정쟁에 휘말려 영구미제가 될 수도 있었던 유치원3법이 통과돼 너무 좋다”고 말했다.



양선아 한겨레 기자는 지난 2018년 11월 <한 술 더 뜬 한유총 “에듀파인 수용할 테니 건물 이용료 달라”>, <“박용진법 통과되면 볼펜도 못 사” 한유총 왜곡된 정보 공유> 등을 단독 보도하며 집요하게 사립유치원와 한유총 문제를 짚어나갔다.


한겨레 육아사이트 베이비트리를 오랫동안 운영하고 교육부를 출입하며 보육 정책의 공공성 강화 문제와 교육 전반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양 기자는 사립유치원 문제와 국회에 계류 중이던 유치원3법을 집중 보도했다.
양선아 기자는 “유치원3법 입법화로 국가책임보육의 기틀이 마련됐다고 생각하고,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탠 것 같아 뿌듯하다”며 “사실 최근 유방암 진단을 받고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든 상태였다. 병원 검진 전날 통과 소식을 들었는데 다음날 심리적 안정 상태에서 검진까지 잘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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