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쯤 나더라… 신춘문예 향기가

[신문사 신춘문예 기원과 현주소]
1925년 동아일보 시작으로
경제지 등 30개 매체서 공지
시대 변하며 비관론 나와도
응모편수 최근 오히려 늘어
"연고 없는 신인들의 등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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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1일 신문사 신년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신춘문예 당선작과 당선소감, 심사평이다. 신문사들은 새해 첫날 당선작을 발표하기 위해 이 즈음 마감일을 두고 응모작들을 받는다. 한국 문단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신인 작가들의 기대감이 고조되는 것도 이맘때다. 덕분에 이 시기 문학 담당 기자의 전화통엔 불이 나고 신문사엔 배송된 원고들이 쏟아진다. 바야흐로 때 이른 신춘문예의 계절이다. 그렇다면 신춘문예의 기원은 언제고,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을까. 기자협회보는 신문사들의 신춘문예 운영을 이모저모 들여다봤다.

 
신춘문예는 1914년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문이 신년문예를 모집한 것을 그 기원으로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최초의 신춘문예는 1925년 동아일보에서 시작된 것으로 본다. 당시 동아일보는 신년 초에 신춘문예를 공고해 그 해 3월 당선자를 발표했다. 8·15 광복 이후엔 서울신문, 한국일보, 경향신문 등 신춘문예를 실시하는 곳이 점차 늘어났고 현재는 경제지를 비롯해 약 30개의 언론사에서 신춘문예를 공지하고 있다.


모집 분야도 다양해졌다. 시와 단편소설, 문학평론을 중심으로 시조나 희곡, 동시나 동화 같은 아동문학 등이 추가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조선일보의 경우 언론사 중 유일하게 미술평론 부문이 있고, 동아일보도 영화평론과 중편소설 부문을 단독으로 갖고 있다. 한국경제신문도 2013년 첫 신춘문예에서 신문사 최초로 장편소설 공모를 시작했다.


신춘문예의 계절이 돌아왔다. 문학 담당 기자의 전화통엔 불이 나고 신문사엔 배송된 원고들이 쏟아지는 시기다. 사진은 2002년 12월 동아일보 편집국에 신춘문예 응모원고가 쌓인 모습. /동아일보 제공

▲신춘문예의 계절이 돌아왔다. 문학 담당 기자의 전화통엔 불이 나고 신문사엔 배송된 원고들이 쏟아지는 시기다. 사진은 2002년 12월 동아일보 편집국에 신춘문예 응모원고가 쌓인 모습. /동아일보 제공


신춘문예를 담당하고 있는 은정진 한국경제 기자는 “신춘문예를 오랫동안 실시했던 언론사들이 많은 상황에서 단편소설이나 중편소설 부문을 마련한다고 해도 좋은 작품이 우리에게 오지 않을 것 같았다”며 “경쟁력을 가지려면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를 개척해 선두에 서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덕분에 여러 차례 단행본을 내거나 타 문학상을 받는 좋은 작가들이 많이 탄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아예 신춘문예의 형식이나 내용을 변화시키는 시도들도 있다. 국민일보의 경우 1월에 공모해 3월에 당선자를 발표하는 신춘문예 신앙시를 매해 실시하고 있다. 머니투데이도 국내 언론사에선 유일하게 경제 분야 신춘문예를 공모하고 있다. 포괄적인 의미의 ‘경제’를 주제나 소재로 갖춘 작품들이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방식이다. 제주신보는 올해부터 아예 수필만 공모하는 수필 신춘문예를 시작했다. “수필의 미학성과 철학성, 장르적 정체성의 부재로 혼돈을 겪고 있는 한국 수필 문학계에 바람직할 수필의 길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분야의 다양성만큼이나 상금도 천차만별이다. 시의 경우 신문사마다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700만원까지, 단편소설의 경우도 200만원부터 1000만원까지 고루 분포돼 있었다. 분야를 막론하고 가장 높은 상금 액수는 3000만원으로 동아일보 중편소설과 한국경제 장편소설 부문이었다. 신춘문예를 담당하고 있는 손효림 동아일보 기자는 “인산 오창흔 선생이 교육과 예술 부문에 써달라며 동아꿈나무재단에 기부하신 돈이 있다. 20대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딸을 기리기 위해 기부한 돈”이라며 “이를 활용해 중편소설 당선작은 ‘동아 인산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해 상금 3000만원을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출판시장이 어려워지고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신춘문예가 아니더라도 문예지나 독립출판 등을 통해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한때 비판론이 왕성하게 제기되며 신춘문예 위상이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졌지만 최근 신춘문예 응모편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아무 연고도 없는 초짜 신인들이 손쉽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심사위원들은 말한다. 신춘문예를 담당하고 있는 이영경 경향신문 기자는 “문단 내 성폭력 문제가 터지면서 등단 제도에 비판적인 생각을 하는 작가 지망생들이 많아졌고, 신춘문예가 아니더라도 작가가 될 수 있는 통로가 많이 생기기도 했다”며 “한때는 우리도 폐지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70년이 넘는 전통, 또 한편으로 좋은 작가들이 계속 탄생하고 있으니 이건 이거대로 신인을 발굴하는 통로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대신 이 제도를 더 잘 운용할 수 있도록 심사위원 성비나 세대 등을 고르게 구성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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