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리뷰하는 시대… 언론사가 먹을 파이는

[리뷰 다각화로 스타트업에 도전장]
에디터의 일방적 전달이 아닌
독자와 의견 나누는 리뷰 각광
중앙 '와칭' 등 기성매체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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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콘텐츠의 전성시대다. 기성 매체가 주로 다뤄온 책, 영화, 드라마 리뷰가 여전히 활발한 가운데 최근 문화 콘텐츠 리뷰는 넷플릭스·왓챠플레이 같은 OTT 콘텐츠까지 지평을 넓히고 있다. 업계 전반에선 각종 소비재와 서비스, 트렌드 등 경험 가능한 모든 게 리뷰 콘텐츠화되고 높은 반응을 얻는 추세다. ‘서비스 저널리즘’의 맥락에서 독자 취향의 깊이와 다각화에 부응할 리뷰 콘텐츠를 두고 레거시 미디어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앙일보 뉴스랩은 지난 5월부터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리뷰 서비스 ‘와칭(watchin’)’을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는 중앙일보 기자와 외부필자 등 10인이 올리는 에디터 리뷰, 일반회원인 ‘와친’이 남길 수 있는 ‘꿀잼’ ‘좀잼’ ‘노잼’ 등 단평·리뷰의 두 축으로 이뤄진다.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니까”라며 타깃 독자인 2030세대에게 수많은 OTT 콘텐츠 중 볼만한 것을 추천하되 “내 취향을 의심하지 말라”며 참여를 유도한다. 콘텐츠를 매개로 한 이 ‘취향의 공동체’에서 유저들은 지난 7개월간 에디터들이 쓴 리뷰 300건을 수십 배 압도하는 총 7000여건 리뷰를 내놓으며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이영희 중앙일보 와칭 에디터는 “OTT에서 새 콘텐츠가 쏟아지고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 되는데 작품 정보나 리뷰를 기성 언론은 잘 다루지 않아왔고, 블로그 정도가 전부였다. OTT 콘텐츠 증가, 참여회원 증가와 함께 시장성도 커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리뷰 시장이 달라졌고 에디터가 단순 전달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봤다. 이용자가 리뷰를 남기는 서비스는 허들이 높지만 그렇게 가야한다고 봤고, 의견을 나누고 함께 얘기 하려는 요구가 큰데 그럴 공간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OTT 콘텐츠 리뷰는 2~3년 전부터 미디어 스타트업에서 단골 메뉴로 삼아온 분야 중 하나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분명한 정체성을 내세운 매체에선 어김없이 이를 다뤄왔다. 기성 언론이 놓치거나 배제한 영역에 독자 수요가 있었고 어떤 시도들이 진행돼 왔다는 점에서 곱씹어 볼 지점이다. 밀레니얼 여성 대상의 유료 매체 핀치 신한슬 에디터는 “기성 매체 근무경험이 있지만 아무래도 인쇄매체는 인쇄매체에 관심이 많지 않나. 또 여성 대상의 디지털 매체와 일반 독자 대상의 인쇄매체는 같은 책 리뷰라 해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영상은 많은데 시간은 한정되니 추천해준다는 게 본질이지만 나름의 관점을 갖고 리뷰할 때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고 본다. 기계가 추천해주지만 결국 인간만이 해줄 수 있는 말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OTT의 선전과 맞물려 국내 매체에서 넷플릭스 리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은 콘텐츠 리뷰 범주의 확장을 의미한다. 의미 있는 시도지만 업계 내외에서 리뷰 콘텐츠는 이미 큰 지각변동을 겪은 상태다. 책,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리뷰는 한 갈래에 불과할 뿐 과자, 화장품, 가전제품, 자동차, IT기기, 주류, 먹거리, 여행 등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게 리뷰 대상이 되는 시대가 됐다. SNS 인플루언서, 블로거, 유튜브 리뷰어, 중소 매체가 차지한 이 영역에선 기성 매체가 비교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에디터들의 캐릭터를 설정하고 주관적인 평가를 담아 기사와 소셜글 중간 성격의 솔직하고 자세한 상품 리뷰를 내놓는 ‘디에디트’는 리뷰 매체로서 자리잡은 대표적인 경우다. 언론계 한 관계자는 “리뷰 콘텐츠의 장점은 콘텐츠 신뢰와 퀄리티에 따라 소개되는 상품이 실제 구매로 컨버전되는 효과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라며 “기사와 광고가 애매한 영역인데 ‘디에디트’는 광고주와 독자 반응 모두 좋다. 언론사가 수익모델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유념할 만하다”고 했다.


신문 업계가 집중해 온 문화 콘텐츠 리뷰, 특히 책 관련 기사가 출판시장에 미치는 영향조차 많이 쇠락한 상태다. 출판계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신문 기사보다는 그로 인한 SNS 바이럴을 기대하는 것”이라 말한다. 실제 최근 몇 년 새 책 시장에서 가장 의외의 성과를 거둔 마케팅 방식은 리뷰였지만 언론사 기사는 아니었다.

지난해 6월 리디북스에 인수된 스타트업 디노먼트의 북 큐레이션 채널 ‘책 끝을 접다’는 출간 3년이 지난 책 ‘앨리스 죽이기’를 베스트셀러로 역주행 시킨 바 있다. 당시에도 철지난 것으로 평가받던 카드뉴스 형식 리뷰는 책의 핵심 플롯에 감각적인 일러스트를 입혀 페이스북 등에서 크게 호평 받았다.


넷플릭스와 고전문학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 리뷰를 텍스트, 팟캐스트, 웹툰, 영상 등 포맷으로 내놓는 매체 ‘더파크’ 정우성 대표는 여러 포맷으로 리뷰를 내는 이유로 “대중이 거기 있어서”라고 했다. 그는 “우리 무기가 더 많아진 거다, 당연히 다양한 툴을 활용해 다가가야 한다고 본다. 여러 실험을 했고 내년엔 다르게 가보려 한다”고 했다.


‘독자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토리 전부’로 정의되는 서비스 저널리즘의 맥락에서 리뷰 콘텐츠에 대한 국내 언론들의 자성이 요구된다. 독자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겠다는 기조는 이미 뉴욕타임스(NYT) 등에서 지속 시도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실제 NYT는 지난 2016년 상품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wirecutter)’, 가정용품 정보제공 사이트 ‘스위트홈(sweethome)’을 인수하는 등 서비스 저널리즘과 수익모델 발굴에서도 선구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여러 OTT의 콘텐츠 리뷰도 별도 카테고리와 뉴스레터로 제공 중이다.


경제지 한 기자는 “1970~1980년대 자동차 리뷰가 대중적일 수 없었는데 이젠 일상인 시대가 된 이면에는 사람들 큰 인식변화도 있는 것처럼 소비재 전반이 리뷰 되는 트렌드엔 소비로만 존재를 인정받고, 또 거기서 꼭 의미를 찾으려는 변화가 깃들어 있다고 본다”면서 “기자들이 리뷰를 쉽게 여기는 때가 많은데 회사차원 고민에서 나아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인지 많은 고민 끝에 콘텐츠로 풀어내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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