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소유구조, 보도뿐 아니라 업무·조직문화도 영향"

'한국 언론, 길을 묻다'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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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GN관에서 남덕우기념사업회 주최로 ‘한국 언론, 길을 묻다’ 토론회가 열렸다.

▲14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GN관에서 남덕우기념사업회 주최로 ‘한국 언론, 길을 묻다’ 토론회가 열렸다.

언론 불신이 높아지고 언론 생태계 역시 왜곡되는 상황에서 언론의 소유구조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4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GN관에서 남덕우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한국 언론, 길을 묻다’ 토론회에선 언론의 소유구조에서 파생되는 문제점들이 언론의 여러 폐해들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며 이를 공론장에서 주요 쟁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전 한겨레신문 기자인 윤형중 LAB2050 연구원은 “언론사의 소유구조는 보도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그 구성원인 언론인들의 일상적인 업무환경과 조직 문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기반이라고 볼 수 있다”며 “따라서 언론개혁에 있어 언론의 소유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는 빠질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언론의 소유구조를 6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언론 재벌이 소유한 언론 △재벌이 소유한 언론 △재벌이 아닌 중견기업이 소유한 언론 △정부가 소유한 언론 △종교자본에 기반을 둔 언론 △국민주 형태로 운영되는 언론이다. 윤 연구원은 이 중 언론 재벌이 소유한 언론과 중견기업이 소유한 언론, 정부가 소유한 언론의 병폐적 모습을 강조했다.


윤 연구원은 “한국ABC협회가 인정하는 유료부수 기준으로 국내 1~5위 신문사들은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순이다. 이들 언론사 중 현대자동차가 최대주주인 한국경제를 제외하면 모두가 특정 가문이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는 언론사”라며 “네 언론사는 종합편성채널로 진출한 공통점이 있으며 발행부수와 유료부수는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조선일보만 제외하면 매출액은 오히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문과 잡지 광고는 효과성이 크게 떨어지는데도 여전히 광고를 잘 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를 언론의 비즈니스 모델이 ‘광고’에서 ‘보험’으로 변경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언론사가 비판 기사를 자제하거나 막아주는 ‘보험’과 다름없는 광고를 기업에 팔고 있으며 보험에 가입한 기업들의 이익을 보호해주는 형태로 취재와 보도를 하고 있다”며 “언론사들이 간혹 기업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하는 경우에도, 이는 비판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보험상품의 경쟁력 확인이 보도의 이유일 가능성이 높다. 언론사의 주요 주주로 참여한 기업들에 대해서도 해당 기업의 비판 기사는 제지당하거나 특정 지시를 받고, 기자들은 어떤 취재와 보도가 금지되는지를 일상적으로 내면화 한다”고 밝혔다.


중견기업이 소유한 언론의 경우에도 그는 “최근 10여년간 언론사 인수에 적극 나선 기업들을 보면 미디어와 연관된 사업을 하거나, 혹은 저널리즘과 언론의 역할에 비상한 관심을 가졌던 사례가 거의 없다”며 “결국 언론을 기업의 이익을 위한 방패막이로 쓰거나 홍보나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또 정보와 권력의 이너서클로 손쉽게 편입되는 언론사 사주라는 독특한 위치, 그리고 언론사를 오너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인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연구원은 정부가 소유한 언론도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때를 보면 정부가 선임한 경영진이 보도에 적극 개입하면서 이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기자들을 대규모 해고하거나 징계하는 등 보복성 인사조치가 빈발했다”며 “정부에 비판적인 시사 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축소되고, 보도 내용도 수정되거나 삭제되는 일이 잦았다. 이명박 정부 시기 기자들이 느끼는 통제요인을 조사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1987년 민주화 이후 언론의 통제요인이 정치권력에서 자본권력으로 대체됐다는 선행연구들의 주장이 무색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소유구조와 수익구조에서 파생되는 문제점들은 우리 사회와 정치권의 주요 현안이 되지 않고 있다”며 “한편으로 언론은 정부나 정치권이 나서서 개혁하기도 어렵고, 유권자들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쉽지 않다. 결국 언론은 스스로의 문제를 푸는 주체가 되어야 하고,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해 이 문제를 공론장에서 주요 쟁점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토론자들도 그의 의견에 동감했다. 유건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박사는 “방송사에 있는 저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특별한 이슈가 발생하면 광고국에서 보도국으로 찾아와 기사를 완화해줄 수 없느냐고 부탁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언론의 힘이 약화될수록, 어려워질수록 이런 일들은 더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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