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거리 저널리즘' 출입처 제도 혁파"... KBS 통합뉴스룸 국장의 파격 제안

[엄경철 국장 임명동의 투표 통과]
탐사·기획 중심으로 조직개편
낮은 찬성률, 극복해야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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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처 제도 폐지를 선언한 엄경철<사진> KBS 통합뉴스룸(보도국) 국장이 지난 6일 임명동의 투표를 통과했다. 엄 신임 국장은 지난 5~6일 KBS 통합뉴스룸 소속 팀장 이하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모바일 투표에서 투표율 67.01%에 찬성률 62.40%를 기록해 임명동의 요건을 충족했다. 하지만 과감한 개혁 의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찬성률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KBS의 통합뉴스룸 국장 교체는 올해만 두 번째다. 지난 4월 김태선 국장이 산불 보도 늑장 대응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후임으로 임명된 이재강 국장은 6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끊이지 않는 방송사고,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와의 진실공방 등 뉴스 신뢰도에 타격을 주는 사건들이 계속되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KBS의 현주소를 반영한다. 엄 국장 역시 통합뉴스룸 운영계획을 밝히며 “차별화된 뉴스를 생산하지 않으면, 언젠가 우리는 수신료를 회수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알릴레오’ 방송을 계기로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KBS 수신료 분리징수 청원’에는 21만명이 넘게 참여한 상태다.


“출입처 제도 혁파”라는 ‘파격적인’ 공약은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엄 국장은 출입처 제도에 대해 “패거리 저널리즘이라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왔고, 이 과정에서 과당 경쟁이 발생하면서 언론 신뢰 하락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출입처 제도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는 “통합뉴스룸 취재기능의 50% 이상을 탐사, 기획 취재 중심의 구조로 바꿔 차별화된 뉴스를 지향하겠다”는 계획이다. 비록 “반드시 필요한 영역과 역할을 제외하고”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방향성만큼은 분명하게 제시한 셈이다. KBS 한 기자는 “당장 모든 출입처에서 기자들을 빼겠다는 게 아니라 출입처 ‘발생뉴스’만 쳐다보지 않고 물을 먹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내부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후배들에게 신망이 두터운 엄 국장이 임명동의 투표 시행 이래 가장 낮은 찬성률과 높은 반대율을 기록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KBS 기자는 “이번 임명동의 투표가 출입처 제도 폐지에 대한 찬반 투표의 성격을 띤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출입처 제도 ‘대수술’은 내부 토론을 거쳐 구체적인 방법과 적용 시기를 조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보도국 게시판에선 출입처 폐지에 대한 찬반 의견을 포함해 취재 관행과 제도 개선 등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며 활발하게 토론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 국장은 “의견을 두루 듣고, 깊게 고민한 후 섬세하게 설계해서 가보겠다”면서 “가끔은 과감하게 걸음을 내딛겠다”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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