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저널리즘의 생존법

[언론 다시보기]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관한 소식을 들으면서 한국의 시민사회가 한층 성숙했음을 실감한다. 관 주도 캠페인에 저항하고 일본 정부와 일본 시민을 분리해 대응하는 방식은 사뭇 인상적이다. 사회연결망서비스로 연결된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하고 이에 동의하는 개인들이 참여하면서 여론이 형성되고 결국 지자체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었다(예, 중구청의 ‘노 재팬’ 깃발 철거). 시민의 관여와 참여를 촉진하는 미디어 환경이 한 단계 더 발전한 사회 캠페인을 가능하게 한 셈이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처럼 정치적 혹은 윤리적인 이유를 들어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구매하지 않는 행위를 ‘정치적 소비자운동’이라 한다. 정치적 소비자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대개 정치적 성향이 강하고 정치적 관심도가 높으며, 집단보다 개인의 의견을 우선시하고, 도덕적 의무를 중시한다. 아울러 이들은 효능감 즉 “정치적·사회적 변화는 가능하며 시민 개인이 이러한 변화를 만드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느끼는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정치적 소비자운동의 활성화가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발달에 의존적이라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효능감이 강한 이들일수록 인터넷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사회연결망서비스 이용에 적극적이고, 미디어를 적극 이용하는 이들은 목적 지향적인 행동(예, 불매운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사회연결망서비스 상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는 개인의 집합적 효능감(구성원들이 하나 되어 소속공동체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 신념)과 내적 효능감(시민의 참여가 현실에서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느낌)을 높여 궁극적으로 민주주의 참여에 유의한 영향력을 행사한다(Halpern, 2017).


언론인들은 이러한 결과들이 전통미디어 저널리즘에 던지는 함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시민 개인이 성인이 된 시점의 미디어 환경은 평생의 뉴스 이용 습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미래 세대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전통미디어는 더 이상 공신력있는 뉴스미디어로 존재할 수 없는 운명이다. 바람직한 저널리즘 실천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올바른 저널리즘은 특정한 태도와 신념이 민주주의 사회에 더 이득이 되거나 손실이 된다고 가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태도와 가치가 동등하게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바람직한 저널리즘은 경험적인 세계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기반으로 한 태도와 신념을 동등하게 중시하는 저널리즘이다. 그리고 엘리트 취재원에 의존하고 주관적 추론을 객관화하는 대신 공동체 구성원들의 생각에 적극 반응하는 저널리즘이다. 즉 전통미디어는 사회적 차원의 대화를 촉진하고 공공 사안에 대한 토론을 위한 포럼을 제공하는 ‘대화’ 저널리즘 그리고 ‘참여’ 저널리즘을 지향해야 한다.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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