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랑 사는 40대 남성의 생활에세이

[인터뷰] '두 명은 아니지만 둘이 살아요' 책 출간한 김용운 이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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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라이프에 대한 에세이가 많이 나오는데 홍대 앞에서 사는 힙스터이거나 ‘섹스앤더시티’에 나오는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기자들도 동시대를 사는 평범한 생활인인데 요즘엔 대중과 유리된 거 같아요. 까놓고 보면 똑같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김용운<큰 사진> 이데일리 기자의 새 책 <두 명은 아니지만 둘이 살아요·작은 사진>는 ‘웃프’다. 책 표지엔 “고양이랑 사는 현실남의 생활밀착형 에세이”라고 적혔지만 본질은 명확하다. 주변으로부터 “이마가 점점 넓어진다” “(텐트만 7개를 가진 원정대 수준 등산장비에) 아주 작정을 했구나”라는 말을 듣는 1976년생 독거 아저씨의 싱글라이프 기록. 책엔 이런 구절이 담긴다. “두어 번 뵌 / 출입처 / 부장님 // 법에 저촉되지 않는 / 추석 선물이라며 / 건네주셨다…흰 봉투 안 / 고이 담긴 / 티켓 두 장 // 누구랑 / 가야 하나 / 어린이 직업 체험장을 / 흑”.


“흑”. 그러니까 이 책은 “흑”이란 단말마의 부사가 물화한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이 “설움이 북받쳐 갑자기 숨을 거칠게 쉬며 우는 소리”로 정의하는 단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그는 ‘흑흑흑흑’한 경험을 낱낱이 내보이며 스스로를 ‘자학’했다. 자신을 우습게 보도록 썼다. 이를테면 에세이에서 그는 집을 보러 온 신혼 부부의 “둘이 살기엔 좁지 않냐”는 말에 “혼자 살기엔 넓다”고 강력히(?) 대꾸한다. 제주 여행에선 음식점에 혼자 왔다는 이유로 안쓰러운 시선과 함께 전복을 덤으로 받으며 착잡(?)해 한다. 에피소드마다 깃든 ‘자조’ 와중에 언뜻언뜻  드러나는 ‘진지함’은 힘이 세다.


“‘알랭 드 보통’을 꿈꿨는데 ‘좋은 생각’이 됐어요. 산에 가서 비박하는 게 취미인데 ‘아저씨가 등산 간 얘긴 재미없다’고 다 ‘킬’ 당했고요. 출판사 판단이 맞았죠(웃음)…저를 낮춘다기보다는 자기가 객관화되면 (약점을) 소재로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선배들이 ‘너 머리가 훤해진다’고 하면 저는 ‘푸틴도 그렇다’고 하거든요. 사람들이 자기 약한 면을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김 기자는 현재 두 명은 아니지만 둘이 산다. 지난 2017년 10월 유기묘 ‘송이’를 들이며 식구가 생긴 것. 2년 정도를 신중히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 생명체를 데려왔을 때 포기해야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세팅하지 않고 데려오면 안 데려오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어느덧 “내 대출이 낀 집은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집 마니아는 더 집을 벗어나지 않게 됐고 “수당을 받으면 더 좋은 츄르(고양이 간식)를 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산다. 그새 “사생활이 있는 동물인 줄 알았던” 고양이 ‘송이’는 ‘개냥이’로 거듭났다. “결혼생활 무경험자로 살겠다는 목표는 없다”는 자칭 ‘수동적 비연애주의자’는 부모의 근심 가운데 이상하게도 점점 “극강의 완성형” 싱글라이프에 도달하고 있다.


벌써 세 번째 책을 쓴 그는 업무 외적으로도 쓰기를 쉬지 않아왔다. 이번 책만 해도 2010년쯤부터 페이스북에 써온 ‘독거총각 월영 씨’란 글, 지난 3~4년 간 브런치에 써온 콘텐츠를  다시 쓰고 덜어내고 묶어 낸 결과물이다. 2005년 언론계에 입문한 김 기자는 2007년 이데일리로 이직, 문화부와 사회부동산부, 소비자생활부 등을 거쳤다. 연예·영화 기자를 오래한 그는 노조위원장 시기 짬짬이 틈을 내 이번 책을 썼다. 현재는 건설부동산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먼저 쓴 두 책이 저널리스트로서 쓴 건데 이번엔 ‘김용운’으로 쓴 거라 남달라요. 쓸 때 인용이나 다른 콘텐츠 얘길 거의 안 했는데, 남의 콘텐츠를 빌려 제 콘텐츠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어요. 이게 기자들 감정일 수 있다고 봐요. 언론고시 준비 때 글 잘 쓰던 분들이 현업 가선 정작 자기 글을 못 쓰더라고요. 익명도 괜찮으니까 자기 섹터를 만들어 놓고 뭐든 썼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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