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독자위원회, 구성부터 운영까지 천차만별

외부 인사 10명 안팎으로 구성... 독자 대표해 각 사 콘텐츠 평가
신문사 '남성·중년·교수' 위주, 서울·한국, 대학생 포함하기도
KBS는 회의 현장 SNS 생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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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론계에선 독자·시청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언론산업이 내리막길을 걷는 상황에서, 떠나는 이들을 붙잡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퍼져서다. 언론사들은 독자를 직접 만나거나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등 이들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언론사와 독자가 소통할 수 있는 통로 중 하나는 독자위원회 또는 시청자위원회다. 외부 인사 10명 안팎으로 꾸려지는 위원회는 독자들을 대표해 정기적으로 각 사의 콘텐츠를 점검·평가하고 의견을 제시한다.


지상파 방송사 3사와 연합뉴스는 각각 방송법, 뉴스통신진흥법에 의거해 시청자위원회, 수용자권익위원회를 두고 있다. 반면 신문법은 ‘독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자문기구로 독자권익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신문사의 위원회 운영은 의무가 아니다. 실제 주요 조간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등 12개 신문 가운데 5곳(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만 독자권익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세계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신문, 서울경제신문, 한국경제신문에는 관련 제도가 없다.  



위원회는 수많은 독자와 시청자를 대변하는 공식 기구인 만큼 어떤 이들로 구성되느냐가 중요하다. 지상파 방송 3사의 경우 방송법과 방송통신위원회 규칙에 명시된 각 분야 단체의 추천과 공모를 거쳐 위원을 선정한다. 현재 3사 시청자위원회 모두 균형적인 성비로 구성돼 있다. KBS는 위원 15명 가운데 7명, MBC는 10명 중 5명, SBS는 11명 중 7명이 여성이다.


연합뉴스의 수용자권익위원회도 뉴스통신진흥법으로 법제화돼있지만, 방송법과 달리 위원회 운영·구성은 사내 정관을 따르고 위원들은 사장이 위촉한다. 지난 5월 출범한 10기 수용자권익위원회 위원 9명 가운데 여성은 단 1명에 불과했다. 당시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성명에서 “경영진은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의 콘텐츠 수용자들이 40대 중반 이상의 남성이라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할 때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사 역시 남성, 중년, 교수 위주로 위원회를 꾸리는 곳들이 많다. 외부인사 기준으로 보면 조선일보 독자권익위원회 위원 11명 중 2명, 동아일보는 5명 중 1명만이 여성이다. 서울신문은 7명 모두 남성이다. 한국일보와 한겨레는 각각 위원 7명 중 3명을 여성으로 구성했다. 성비와는 별개로 서울신문과 한국일보는 세대 다양화를 위해 대학생을 위원에 포함했다.


위원회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위원들이 제시한 의견이 콘텐츠 제작부서에 실제 반영되느냐다. 위원회를 운영 중인 언론사 대부분은 매달 최소 1회 회의를 열고 이 자리에 제작부서 간부들이 참석하도록 하고 있다. 회의에서 나온 주요 내용을 보도할 뿐만 아니라 회의록 전문을 내외부에 공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구체적인 운영방식은 언론사마다 다르다. 시청자위원회 규모가 가장 큰 KBS의 경우 매월 둘째주 월요일까지 시청자 위원들이 의견서를 제시하고 이를 취합해 관련 부서에 전달한다. 해당 실·국장이 실무진과 상의해 답변을 준비한 뒤 정례회의에 참석해 시청자 위원들과 질의응답 한다. 사장 또는 부사장, 제작1본부장(시사교양), 제작2본부장(예능), 편성본부장, 보도본부장, 질의에 답변해야 할 실·국장 등은 정례회의에 의무적으로 참석하도록 내부 운영 규정에 명시했다. 지난해 10월부턴 회의 현장을 SNS로 생중계하고 있다.


KBS 관계자는 “시청자 위원들이 매월 제시한 의견 및 시정 요구사항은 다양한 경로로 제작진에 전달된다. 방송 관련 임원들도 회의에 참석해 사안을 직접 논의한다”면서 “의견 참고, 수용, 반론 등의 형태로 제작과 편성, 보도 전반에 걸쳐 반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신문사도 지상파 방송사처럼 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안을 담은 신문법 개정안 제정을 추진 중이다. 윤석빈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위원장은 “신문법에 독자위원회와 편집위원회를 필수로 두는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두 제도 운용이 신문사의 편집권 독립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독자위원으로 활동 중인 언론계의 한 인사도 언론사가 위원회를 적극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레거시 미디어가 저물어가는 환경에서 독자위원회는 언론사에 필요하다”며 “언론사는 독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픈 말이라도 그대로 들어봐야 한다. 제도가 있더라도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곳들을 보면 아직도 위기감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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