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로 휘청대는 삼바 카니발

[글로벌 리포트 | 남미]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브라질을 두고 가장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가 카니발이다.


카니발의 어원은 라틴어 ‘카르네 발레’(Carne Vale: ‘고기는 그만!’이라는 뜻)에서 찾을 수 있다. 브라질에서 카니발과 관련된 소식은 1년 내내 주요 뉴스가 된다. 카니발은 단순한 축제를 넘어 국민의 삶에 녹아 들어있는 기층 문화다. “브라질이 카니발을 만든 게 아니라 카니발이 브라질을 만들었다”는 유명 인류학자의 말도 그래서 나왔다.


카니발 축제는 도시 단위로 전국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그 중에서도 삼바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남동부 리우데자네이루 시와 제1도시 상파울루 시, 아프리카의 흔적을 품은 북동부 사우바도르 시, 유네스코 지정 세계역사유적지구인 북동부 헤시피 시와 올린다 시에서 벌어지는 축제가 유명하다. 특히 리우와 상파울루에서는 삼바 전용 경기장인 삼보드로무(Smabodromo)에서 펼쳐지는 삼바스쿨들의 화려한 퍼레이드 경연이 장관을 이룬다.


재미 있는 것은 삼보드로무 퍼레이드에 댄서로 참여하는 삼바스쿨 회원들이 대부분 자기 돈으로 의상을 마련한다는 점이다. 의상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생활비를 아껴가며 1년 동안 돈을 모아 기꺼운 마음으로 장만한다. 카니발이 브라질 국민에게 축제이자 삶의 즐거움이며 생활신앙이라는 증거다.


카니발 축제는 그 자체가 거대한 비즈니스 무대이기도 하다. 브라질 최대 방송사인 글로부 TV를 통해 전 세계 160여개국에 방영되기 때문에 광고 효과를 노린 기업들의 참여가 갈수록 늘고 있다. 축제 기간에 움직이는 국내외 관광객은 1000만명에 달한다. 이과수 폭포로 유명한 남부 포즈 두 이과수 시와 대서양 해안도시를 차례로 방문하는 크루즈 여행이 인기 관광상품으로 떠오른다. 올해 카니발 축제의 관광수입은 3조원 규모로 추산됐다.


브라질 최고의 문화 코드인 카니발 축제가 최근 들어 위기를 맞고 있다. 변화를 강요 받고 있다는 게 좀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리우 시에서는 요즘 ‘카니발 민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심각한 재정위기 때문이다. 리우 시장은 카니발 축제에 대한 재정지원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삼보드로무 퍼레이드 주최 권한을 민간기업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흔히 ‘마르케스 지 사푸카이’(Marques de Sapucai)로 불리는 삼보드로무를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 경제가 침체 국면에 들어선 2014년 이후 상당수 도시에서 카니발 축제 규모가 축소되거나 아예 취소되는 사태가 잇따랐다. 공무원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할 정도로 재정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카니발 축제를 재정지원하기는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삼바스쿨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리우의 유명한 망게이라(Mangueira) 삼바스쿨은 연중 운영되는 자체 쇼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다. 사우게이루(Salgeiro) 삼바스쿨과 에스타시우(Estacio) 삼바스쿨은 보유하고 있는 시설을 리모델링해 이벤트홀로 꾸며 외부에 임대할 예정이다. 2020년 카니발 축제에 지방정부의 보조금이 얼마나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정자립도를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몸부림이다. 실제로 리우 시 관광공사는 2020년 카니발 축제 지원 예산에 관한 협의를 계속 미루면서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재정위기 때문에 민영화를 추진하면서도 지방정부들은 사회문화적·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카니발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다. 리우 시장은 민영화가 추진되더라도 카니발 축제의 정체성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니발은 여전히 세계인을 위한 지구촌 최대 규모의 축제일 것이며, 리우 시를 위해 국내외로부터 관광객을 대규모로 유치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