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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없는 곳에서 매일 답 찾는 ‘전략실 기자들’

신규 사업 검토·제안부터
위기관리, 대외홍보 커버까지
회사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로

편집국 복귀때 생길 공백에
생존전략 구상 맡는 부담감
“디지털 이해 간극 좁히는 역할”

김달아 기자2019.07.10 14:43:27

‘기자는 기사만 안 쓰면 괜찮은 직업이다.’ 기자사회에서 마감의 고달픔을 토로할 때 종종 나오는 얘기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기자 일에서 기사 쓰기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드러난다. 반면 뉴스룸 밖에서는 기사를 쓰지 않는 기자들도 있다. 사내에서 전략, 미래, 기획, 조정 등의 이름을 단 부서에 파견된 기자들이다.


잠시 취재부서를 떠나온 이들의 역할은 기사 못지않게 막중하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 고민하고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 언론사에 따라 신규 사업을 검토·제안하거나 위기관리, 대외홍보 등을 맡기도 한다. 취재하고 기사 쓰는 일만 해온 기자들에겐 모두 새로운 경험이다.


지난 4월부터 연합뉴스 미디어전략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배영경 기자는 “입사 후 기자생활을 하면서 출입처를 공부할 기회는 많았지만 정작 내가 속한 회사를 알 시간은 많지 않았다”며 “전략팀에 오고 난 뒤 경영 현황부터 사우들의 크고 작은 안부를 접하면서 회사를 깊숙이 이해하는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 기자의 업무 중 하나는 뉴미디어 트렌드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다른 언론사 전략부서도 미디어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디지털 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김주성 한국일보 디지털전략팀 기자는 “디지털 분야에선 임기응변식 전술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의 전략이 필요하다”며 “단기간에 나오는 디지털 수익이나 트래픽보다 독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회사의 브랜드 인지도·영향력을 높이는 게 디지털 목표다. 그걸 이뤄나가는 게 디지털 전략이라는 걸 구성원에게 알리는 것도 저희 팀의 임무”라고 설명했다.


서울경제신문 전략기획실에 파견돼 2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 김흥록 기자 역시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콘텐츠 강화 전략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김 기자는 “다양한 유통 플랫폼을 분석하면서 서울경제만의 콘텐츠 대응 전략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디지털 뿐 아니라 회사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 신규 사업 제안 등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서울경제가 창간한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디센터’는 전략기획실이 먼저 제안하고 주도해 만든 결과물이다.



전략부서 경험은 견문을 넓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일부 기자들은 사실상 회사의 생존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데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일간지의 전략부서 A 기자는 “언론사의 전략은 결국 콘텐츠에 관한 것인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며 “답이 없는데 답을 찾아야 하는 과정에서 헤매고 있는 것 같다. 미디어기업의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비취재부서 파견에 따른 경력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 다른 언론사의 전략부서 B 기자는 “회사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누구나 선호하는 부서는 아니지 않느냐”라며 “내근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아있다 보니 복귀할 때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와 반대로 김흥록 기자는 동료들에게 전략부서 경험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여기서 쌓은 경력은 편집국에 복귀해서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 기자는 “기자들이 자기 출입처 이슈는 여러 각도에서 보지만 정작 미디어업계가 돌아가는 상황은 자세히 볼 기회가 없다”며 “전략부서에선 숲을 볼 수 있다. 기자들이 꼭 한 번 이 부서에 와서 내가 생산하는 콘텐츠가 어떤 의미인지, 회사의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국일보에서 디지털 전략 업무를 오래 담당해온 김주성 기자는 전략부서에 몸담았던 기자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기자는 “말 뿐인 전략이 아니라 실제 실행되려면 전략을 짜본 기자들이 현장에 돌아와 직접 실천해보고 수정·보완해나가야 한다”며 “여전히 디지털 이해도에 대한 간극이 큰 상황에서 이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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