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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인적쇄신 나섰던 공영언론들, 줄소송 후폭풍

법원·노동위서 양형수준·절차적법성 관련 판단 뒤집히는 일 속출

최승영 기자2019.07.10 00:10:31

정상화 이후 잇따라 과거사 조사기구 출범 등으로 인적쇄신에 나섰던 공영언론들이 후폭풍으로 고심하고 있다. 징계·해고의 양형 수준이나 절차의 적법성에 대한 판단이 법원, 노동위원회에서 뒤집히는 일이 속출해서다. 향후 더 많은 소송과 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엄밀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MBC는 2012년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후보의 논문표절 의혹을 보도한 A 기자가 보도를 조작했다고 보고 해고했지만 지난 5월 법원 1심 판결에서 패소했다. MBC 노사 합의 과거사 조사기구인 정상화위원회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해고에 무효 판결이 나왔다. 정상화위는 자문 교수 4명 중 2명이 표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음에도 표절 의견을 밝힌 교수 입장만 반영해 방송했고, 음성변조된 취재원이 누구인지 기억할 수 없다고 밝힌 이유 등을 들어 해당 보도를 “사실상 조작된 것”이라 발표한 바 있다. MBC는 A 기자를 복직시켰고 현재 항소한 상태다.


공영언론사 중 가장 먼저 정상화 작업에 착수한 만큼 MBC는 현재 상당량의 법적분쟁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부서직원 블랙리스트 작성 등 의혹으로 정직 6개월을 받은 B 국장이 정직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승소했다. 성추행성 발언 등으로 판단돼 해고된 C 국장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재직 중 별도법인 설립과 소속 부서 직원 채용 등으로 논란이 된 D 부장은 해고됐다가 최근 지방노동위원회에서 구제판정을 받았다. 세월호 유가족 폄훼 발언과 기자 취재방해 등으로 해고된 E 부장은 현재 회사와 송사 중이다.


지난해 혁신위원회 운영 등으로 ‘과거 바로세우기’ 작업에 나선 연합뉴스도 최근 소송에 휘말렸다. 공정보도 훼손과 회사명예 실추 등 사유로 권고사직 처분을 받고 퇴사한 이창섭 전 편집국장 직무대행은 최근 연합뉴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권고사직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 복직 시까지 밀린 임금지급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장충기 문자’로 논란이 됐던 이 전 대행은 지난해 6월 연합뉴스 인사위로부터 권고사직 처분을 받았고 이를 받아들인 바 있다.


연합은 같은 해 8월 이 전 대행 시절 보도 책임자 4명에게 징계를 내렸는데 노동위는 이 중 3명에게 부당징계 판정을 내렸다. 감봉 처분을 받은 1명은 처분을 받아들였지만 나머지는 이의를 제기했고, 지노위·중노위는 징계 사유가 없거나 양형이 과하다고 판정했다. 공정보도 훼손과 회사명예실추, 법인카드 부정사용 등이 회사 징계 사유였다. 회사는 “각 분야 에디터와 편집국장 대행으로서 최순실 국정농단 지연보도, 국정교과서 편향 보도, 사드배치 반대집회 불공정 보도 등 논란에 책임이 있다는 결정”이라며 “이전 경영진 시절 불공정 보도 논란 등에 책임을 물은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는 행정법원에 소를 제기한 상태다.


잇따른 패소로 공영언론 정상화 시도를 ‘무자비한 해고’ 프레임으로 규정하는 움직임도 나온다. ‘해직언론인 출신인 최승호 사장이 무고한 해고를 감행한다’, ‘공영언론에 정파적 해고 칼바람이 분다’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프레임은 현 MBC가 구 경영진 당시 채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직 아나운서 11인에 대해 계약해지를 하며 확산된 측면도 있다. 실제 MBC에서 징계대상은 연합뉴스, KBS가 보도책임자를 중심으로 한 것과 달리 전방위적이기도 했다.


MBC 한 기자는 “A 기자 판결을 보고 당혹스럽긴 했다. 하지만 당시 간부였던 김장겸처럼 책임질 사람들은 다 빠져나갔는데 별 권한도 없었던 기자 하나를 징계하는 게 최선인지 의문은 남았다”고 말했다. 미디어 분야를 오래 취재한 한 기자는 “해고란 징계는 특히 엄정히 봐야 하고 노동위나 법원에서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본다. 회사 입장에선 곤혹스럽겠지만 노동자 문제로 보면 납득할 여지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잘렸다는 이유로 이용마 기자와 소위 적폐인사의 해고를 똑같이 볼 수 있나. 과거엔 공정보도를 사수하기 위한 싸움의 과정이었고 현재는 그 시기 보도윤리 훼손과 개인 비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지 않나”라고 했다.


현재 공영언론사가 패소한 판결은 일관되게 절차와 양형 수준을 문제 삼고 있다. 예컨대 앞선 MBC A 기자에 대해 법원은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보도가 대선을 두 달 여 앞둔 민감한 시기에, 저녁 9시 뉴스라는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매체를 이용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A 기자)의 비위 정도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정상화위 운영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으로 봤고, 과반노조 동의가 있었더라도 소수 노조의 절차적 참여권리가 부여돼야 한다고 적시했다.


향후 개인별 징계 양형과 과거사 조사기구의 적법성이 법원 판단을 받는 일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마침 KBS 진실과미래위원회 조사결과에 KBS가 정지환 전 보도국장 해임을 포함한 5명 징계 등 판단을 내놓은 참이다. 재심을 거쳐 징계가 확정되면 반발이 예상된다. 앞서 KBS는 진미위 징계요구권 등을 가처분에서 효력정지 당했다가 고등법원에서 인정받은 바 있다. MBC는 정상화위 주요권한을 여전히 효력정지 당한 상태로 항고를 진행 중이다.


복진선 KBS 진미위 단장은 “지법에선 (사장에) 징계요구권과 조사거부에 대한 징계요구 모두를 문제 삼았다. 징계요구권한은 갖는 게 합당하다고 판단해 고법에서도 유지했다”면서 “정상적인 경영행위 내 인사규정에 따른 징계인지 새로운 징벌이 추가된 근로조건 변경인지, 두 차례 판단이 아예 달랐다. MBC 정상화위도 법원이 어느 쪽 시각이냐에 따라 차후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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