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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정부 아닌 독자 바라봐야 할 때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2019.04.24 12:30:51

언론 중의 언론. 연합뉴스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스스로를 소개하는 문구다. 언론사에 기사를 공급하는, 이른바 ‘뉴스 도매상’으로서의 통신사를 표현한 것이다.


한동안 연합뉴스는 언론 중의 언론, 언론의 언론이었다. 모든 분야, 모든 사건 현장에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기 어려웠던 언론사들은 연합뉴스와 계약을 맺고 뉴스를 공급받았다. 도매-소매로 이어지는 이러한 뉴스 유통 구조는 언론사 간 중복 투자를 막는 효율성을 발휘했다. 특히 중소규모 지역 언론사들에 혜택이 돌아갔다.


하지만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연합뉴스는 차츰 소매상의 영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2016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서 네이버 ‘메인뉴스’에 배열되는 기사 가운데 연합뉴스 비중은 PC 기준 28.8%, 모바일 기준 24.6%에 달했다. 연합뉴스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모든 기사가 무료로 제공된다. 뉴스 소비의 70% 이상이 포털 등 뉴스 수집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우리나라 상황을 감안하면 절대적 영향력이다. 공급 거래처가 어느 순간 같은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했으니 적지 않은 전재료를 연합뉴스에 지불하고 있는 언론사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돈을 받고 소매상에 물건을 넘기던 도매상이 길거리에서 무료로 상품을 나눠주는 꼴이라는 푸념이 나온다. ‘언론 시장의 생태계를 망친다’는 비판이다.


물론 연합뉴스가 도매업만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IT의 발달로 신문·방송·통신 간 경계가 무너진 상황에 나름대로 적응한 결과로 볼 수도 있다. 신문·방송사가 지급하는 전재료 수입이 연합뉴스 전체 매출의 10% 안팎에 불과하다는 항변도 일리 있다. 그러나 언론사들의 불만을 단순히 시샘과 흠집 내기로 읽을 수만은 없다.


연합뉴스의 정치적 편향과 정확성 부족은 오래전부터 문제로 지적돼왔다. 연합뉴스의 최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7명은 정부 2명, 국회의장 1명, 여야 각 1명, 신문협회, 방송협회가 각 1명씩 이사를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최대 5명이 정부나 정치권의 개입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연합뉴스 노조도 지난해 11월 노보를 통해 “연합뉴스가 정치적 입김에서 벗어나는 것을 중장기 전략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엔 연합뉴스 퇴직자들이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진에 반발하기도 했다. 새로 임명된 이사진 7명 모두가 뉴스통신 비전문가라는 이유였다.


오보로 인한 논란도 계속된다. 지난해 8월 베트남 국가대표팀 박항서 감독이 “져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는 보도는 이후 가짜계정을 인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9월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을 오역해 엉뚱한 기사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연합뉴스TV에서 문 대통령 사진 아래 북한 인공기가 배치된 뉴스 그래픽이 화면에 등장했다. 비판이 확산되며 문책이 이어졌지만 불똥은 연 300억원대 정부구독료로 튀었다.


정부구독료 취소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된 지 20일 가까이 지난 지금 참여자 수는 22만 명을 넘어섰다. 표면적으로는 연합뉴스TV의 잇따른 방송사고 때문이지만 이면엔 정치적 독립과 오보 등 신뢰성 논란이 있다. 매년 정부로부터 사실상 지원금을 받는 통신사가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긴 어려울 것이다. 정부 지원금에 매달릴수록 독자보다는 정치권력을 바라보게 된다. 취재와 검증에 몰입하는 대신 지원금 산정에 더 신경을 쓴다면 오보 논란도 더 잦아질 것이다. ‘언론 중의 언론’이란 타이틀을 줄 수 있는 곳은 정부도, 연합뉴스 스스로도 아닌 고객으로서의 언론사와 독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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