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비판한다는 것

[컴퓨터를 켜며] 김고은 편집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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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 편집국 차장.

▲김고은 편집국 차장.

미디어 전문지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만 13년이 지났다. 햇병아리 시절, 미디어 비평을 한답시고 우쭐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엔 비평의 사명을 속된 말로 ‘까는’ 것이라 여겼다. 어쭙잖은 논리로 신랄하게 비판 기사를 쓰면서 왠지 모를 쾌감을 느꼈던 것도 같다.


나이가 들고 연차가 쌓이면서 달라진 게 있다면 비평이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글에 대해 가지는 책임의 무게가 달라졌다고 해야 할까. 당연한 말일 테지만, 이제는 어떤 사건이나 보도를 접하면 그 경위와 맥락을 살피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된다. 그 과정이 조금이라도 소홀했다 싶으면 여지없이 항의를 받고, 꼼꼼히 전후 사정을 취재해 기사를 쓰고 나면 ‘아프지만 인정한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물론 반론 등을 충분히 취재하고 싶어도 상대가 응하지 않아 딱히 도리가 없을 때도 있다.


새삼스레 비평의 고충을 호소한 것은 요즘 들어 부쩍 잦아진 언론사 간의 상호 비평을 지켜보면서 든 생각 때문이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 J’라는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 생기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의견 개진 등이 자유로워지면서 언론 보도에 대한 비평도 전보다 활발해졌다. 과거엔 비평이 미디어 전문지 등의 고유 영역처럼 생각되고, ‘선수끼리’ 비판하는 게 상도덕에 어긋나는 일처럼 여겨졌는데, 그것도 다 옛말이 됐다. 지난해 JTBC와 SBS가 ‘국방부 위수령 검토 문건’의 진위를 놓고 메인뉴스에서 공방을 벌인 일이 대표적이다.


이후에도 KBS ‘저널리즘 토크쇼 J’가 SBS 등의 미세먼지 보도를 두 차례 비판하면서 해당 기사를 쓴 SBS 기자가 장문의 칼럼으로 반박하고, KBS 기자가 또 재반박하는 일이 있었다. 최근에는 MBC의 가짜뉴스 추적 프로그램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에서 손석희 JTBC 사장을 둘러싼 루머를 다루며 SBS 보도를 언급하자 SBS가 MBC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정정보도를 요구했다고 한다.


언론의 상호 비평은 바람직한 현상이며, 권장할 일이다. 활발한 토론은 공론장을 건강하게 만들고 언론의 질적 발전을 이끌 수 있다. 다만 그 과정과 방식은 더 정교했으면 한다. 비판을 하는 쪽에서도, 당하는 쪽에서도 충분히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공론장 밖에서의 소모적인 신경전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실제 그런 사례를 보기도 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어떤 비평가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정확하게 칭찬하는 비평가”라고 답한 적이 있다. “정확한 논리가 주는 쾌감이 비평의 힘”이라고도 했다. ‘칭찬’이라는 낯간지러운 단어는 차치하더라도, ‘정확하게’라는 부사어만큼은 새겨들을 만하다. 정확하게 비평하고 정확하게 바로잡을 것. 이것은 미디어 전문지 기자 14년차를 맞는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하다.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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